에이브럼스 탱크 우크라 도착했지만…"지뢰밭은 어떻게?" 회의론
가을비로 진창 되는 현지 환경도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의 주력 전차 M1 에이브럼스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면서 4개월간 이어진 대반격이 전환점을 맞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서방 언론은 에이브럼스의 투입 시점과 전황, 군의 역량 등을 따져봤을 때 상황이 눈에 띄게 변화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밝힌 에이브럼스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강력한 전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열화우라늄으로 무장한 에이브럼스는 대전차 교전과 전선 돌파에 주로 쓰이며, 개활지 지형에 적합하다. 주요 전선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역시 이러한 지형을 갖췄다.
우크라이나가 개전 이후 19개월간 전차 654대(군사정보사이트 오릭스 통계)를 잃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이브럼스의 도착이 전력 보강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도 에이브럼스가 전쟁 지형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란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22일 미국 군사매체 워존과의 인터뷰에서 지뢰매설 지대가 전차 운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에 앞서 전선에 지뢰밭을 만들고 다중의 참호를 파 촘촘한 방어막을 만들었다.
전차는 바퀴에 사소한 손상이 생겨도 기동이 어려워지기에 지뢰밭을 바로 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지금 전장에서 중전차 등은 주로 병사 수송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에이브럼스가 이처럼 러시아군이 전선에 다중의 방어막을 만들기 전에 투입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다노우 국장은 "전차는 최전방에서 단순히 제병 연합 부대(기갑, 보병 등 여러 부대가 통합된 작전 부대)에서 쓰일 경우 수명이 매우 짧다"며 "잘 만들어진 구체적인 작전에 맞춤형으로 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는 이미 서방 전차를 최우선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고 있다고 한다. 드론을 통해 전차를 포착해 포병부대와 헬기를 통해 타격하는 방식이다.
날씨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땅은 질퍽거리기 시작할 테고, 곧 장갑차가 전장을 뚫고 가기에 어려운 여건이 조성된다.
우크라이나 땅은 봄과 가을에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현상으로 악명높다.
우크라이나군이 에이브럼스를 운용하고 유지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 소속인 전직 전차 지휘관 벤 배리는 "에이브럼스는 다른 전차와 비교해 경이로운 가속도를 지녔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운용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상군은 적의 드론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중대와 소대 수준에서 자체 드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당초 에이브럼스 지원을 거부하며 언급한 이유 또한 우크라이나가 관련 유지 보수와 물류, 특수 훈련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핵심 방어선을 뚫고 통로를 확보한 뒤에는 전차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밖에 에이브럼스 도착 자체로도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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