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5천호 수도권 신규택지 11월 발표…공공서 공급 견인
당초 계획보다 2만호 늘려…서울 30㎞이내·GTX 연계 중소규모 택지 한꺼번에 푼다
3기 신도시 3만호 이상 추가 공급…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공공물량 늘리면 집값 잡힐까…민간 아파트 고분양가 제어장치 마땅치 않아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26일 발표한 공급 대책의 핵심은 민간 공급 위축을 보완하기 위해 공공의 주택 공급부터 늘리겠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는 11월에 8만5천호 규모의 수도권 신규 택지를 한꺼번에 발표한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 공급 물량도 3만호 이상 늘린다.
수도권에 12만호 가까운 물량을 푸는 셈이다.
민간이 주택 건설에 나설 수 있도록 자금 조달도 지원하기로 했으나, 사업성이 단기에 높아지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의 이번 대책이 민간 주택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올해 1∼8월 착공 56%·인허가 39% 급감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공급 대책은 올해 들어 주택 인허가, 착공 물량이 급격히 줄어 2∼3년 뒤면 공급난으로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급 위축에 대해 '초기 비상 상황'으로 판단할 정도였다.
올해 1∼8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21만3천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착공 물량도 11만4천호로 56% 줄었다.
주택 공급 지표가 급감한 것은 금리 인상과 원자잿값 상승으로 집을 지을 여건, 즉 사업성이 나빠져서다. 금융권에서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 놓고 착공하지 않은 대기 물량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인허가를 받고 올해 상반기까지 착공하지 않은 물량은 33만1천호로, 인허가 물량의 63.3%를 차지한다. 대기 물량이 지난해 말(25만4천호)보다 7만7천호나 늘었다.
땅은 갖고 있지만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시행사와 건설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아파트 인허가 이후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은 지난해 상반기 9개월에서 올해 상반기 11.6개월로 늘었다.
◇ 신규택지 목표 물량 15만→17만호 확대
이를 위해 정부는 빠르게 손을 쓸 수 있는 공공의 주택 공급부터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공공 부문 공급의 주요 축인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을 3만호 이상 늘린다.
면적 330만㎡ 이상인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5만4천호)·왕숙2(1만4천호), 하남 교산(3만3천호), 인천 계양(1만7천호), 고양 창릉(3만8천호), 부천 대장(2만호) 등 5곳으로 모두 17만6천호다. 광명 시흥(7만호), 안산 장상(1만5천호) 등 기타 공공주택지구까지 합치면 36만4천호 규모다.
3기 신도시 물량은 공원녹지(34%)와 자족용지(14%) 비율을 축소해 주택용지를 늘리고, 평균 196%인 용적률을 높여 확대한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완료된 물량이 3만호이며, 추가 협의가 진행되면 3기 신도시 물량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공공택지 조성 물량은 기존 15만호에서 17만호로 확대한다.
앞서 정부는 김포한강2(4만6천호), 평택지제역 역세권(3만3천호), 진주 문산읍 일대(6천호) 8만5천호 규모 신규 택지 조성을 발표한 뒤 6만5천호 추가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여기에 2만호를 늘려 오는 11월 총 8만5천호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표한다.
서울 반경 30㎞ 이내에 1만∼2만 가구 규모 중규모 택지들이 한꺼번에 나온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 교통망을 고려해 후보지를 선정한다.
이와 함께 민간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공공택지를 공공주택사업으로 전환해 5천호를 추가 공급한다.
◇ 공공택지 전매제한 1년 한시 완화
민간 부문에선 적체된 착공 대기 물량 건설이 재개될 수 있도록 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정부는 사업 추진이 가능한 주택 사업자에게 공공택지가 공급될 수 있도록 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용지 전매제한을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대금 연체율이 높아지며 주택 공급에 속도가 붙지 않자 내놓은 대책이다.
현행 규정은 건설 사업자가 부실 징후 기업이거나 부도 또는 파산 상태여야 전매를 허용한다. 앞으로 1년간은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토지를 분양받은 업체가 계약 후 2년이 지났다면 1회에 한해 최초 공급가 이하로 다른 사업자에게 용지를 넘길 수 있다. 이른바 '벌떼입찰'을 차단하기 위해 계열사 간 전매는 금지된다.
자금력과 사업 추진 의지가 있는 시행·시공사는 알짜 공공택지를 매입해 주택공급에 나설 수 있다.
기존 분양사업을 임대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공공지원 민간임대 공모는 연 1만호에서 2만호로 확대한다.
또 주택 사업자들이 증가한 공사비를 원활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활용한 공사비 조정을 지원한다.
민간 참여 공공사업의 공사비 증액 관련 기준도 정비한다. 공공주택사업의 경우 협약 체결 후 예상치 못한 물가 변동이 있었다면 기간과 무관하게 증액할 수 있도록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과 민간이 합리적으로 리스크 분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정상 사업장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공적 보증기관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규모는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한다. 대출한도도 전체 사업의 50%에서 70%로 늘려 추가 자금 확보를 지원한다.
◇ "공급 의지 표명은 긍정적…단기 반전은 어려워"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 위축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번 대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공급 부진의 요인은 '사업성 저하'인데, 사업성이 빠르게 좋아져 민간이 공급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해 동안 주택 공급 확대를 요구받아온 공공은 추가 여력이 부족해 보이고, 민간의 경우 지금까지도 착공하지 않은 택지에 인제 와서 착공을 서두를 이유가 적다"며 "(정부 지원을 통한) 착공 사례가 있더라도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집값 불안의 원인인 분양가 상승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땅치 않다.
자재비, 인건비가 오르고,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공사비가 내려갈 수 없으니 분양가가 더 뛸 거라는 우려 때문에 고분양가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청약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자율화 지역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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