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끈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향배는…EU집행위에 쏠리는 눈
'까다로운' EU 및 美·日 심사 남아…대한항공, 이달 EU에 시정조치안
독과점 우려에 노선·화물사업 넘길듯…대한항공 "승인에 최선"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 절차가 시작된 지 만 3년을 향해 가는 가운데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두 항공사의 합병을 위해서는 14개 '필수 신고국'들의 승인이 필요하며, 현재 이들 3개국의 결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결합에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 온 EU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원회에 이달 말까지 경쟁 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 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낸 2021년 1월 이후 계속해서 제기돼온 '유럽 노선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차원이다.
당초 EU 집행위는 지난 8월 3일까지 양 항공사의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한 상태다.
EU 집행위가 이처럼 결정을 미루는 것은 '유럽 국가 노선에서의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대한항공의 자체 해법을 면밀히 검토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이달 제출할 시정 조치안이 그 검토 대상이다.
시정 조치안에는 외국 국적 항공사에 노선과 공항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일부 넘기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방침이 담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EU 집행위가 무엇보다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 위축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한항공 측이 화물 사업부 매각과 관련한 내용에 방점을 찍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시정 조치안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항공산업의 기반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EU 경쟁당국과 현재 경쟁 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협의 중인 시정 조치안 세부 내용은 경쟁당국의 지침상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항공사 합병 시 국내외 경쟁당국이 공항 슬롯 이전 등을 통해 기존 경쟁환경을 복원토록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일부 슬롯 이전 등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U는 기업결합 심사가 가장 엄격한 곳으로 꼽힌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1월 선박 시장 독점 가능성을 들어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또 지난 2021년 캐나다 1·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의 합병 시도를 무산시켰다. 2013년에는 아일랜드 항공사인 라이언에어와 에어링구스의 결합도 불승인했다.
대한항공은 다만 EU 집행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한 사례도 여럿 있는 만큼 경쟁 제한 문제를 해결하면 충분히 승인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U 집행위는 2004년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항공사 KLM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고, 2014년에는 이탈리아 항공사 알리탈리아와 아랍에미리트(UAE) 항공사 에티하드의 기업결합을 수용했다.
대한항공은 기업 결합심사를 진행 중인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이끌어내는 데도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이달 EU 측에 시정 조치안을 제출하는 만큼 심사에 1∼2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까다로운' EU 심사를 통과하면 미국과 일본의 기업결합 승인으로 이어지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합병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EU 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 시정 조치안을 제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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