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젤렌스키 방문 때 나치를 '전쟁영웅' 소개" 加의회에 항의
유대인 단체도 반발…하원의장 "깊은 사과", 트뤼도 총리 "초청 사실 몰랐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나치 부역자를 영웅으로 대접한 캐나다 의회에 대해 러시아가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올레그 스테파노프 캐나다 오타와 주재 러시아 대사는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외무부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실에 '우크라이나 나치 부역자의 등장'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과 트뤼도 총리에게 개인적인 서한도 함께 보낸다고 덧붙였다.
미하일 울랴노프 오스트리아 빈 주재 러시아 대사도 소셜미디어 엑스(X·전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오늘은 캐나다와 기득권층에게 부끄러운 날"이라며 "그들은 반 히틀러 연합군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문제 삼은 '우크라이나 나치의 등장'은 지난 22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캐나다 의회를 방문했을 때 '야로슬라프 훈카'라는 98세 퇴역 군인이 함께 초대된 것을 말한다.
당시 앤서니 로타 캐나다 하원의장은 훈카를 소개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에 대항하며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 "전쟁 영웅" 등으로 칭송했다.
AP 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와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훈카가 소개될 때 다른 청중들과 함께 일어서서 손뼉을 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훈카는 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 폴란드인, 벨라루스인 등에 잔학 행위를 한 것으로 유명한 나치 친위대(SS) '갈라시아'의 제1 우크라이나 사단 소속 대원으로 활동했다가 캐나다로 이주한 인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대인 단체와 인권 단체들도 "아돌프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한 나치 부대에서 복무한 사람이 캐나다 국회의원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결국 로타 하원의장은 전날 "나의 결정을 후회하게 만드는 정보를 알게 됐다"며 "캐나다와 세계 유대인 공동체에 깊은 사과를 전한다"며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자신과 젤렌스키 대통령 대표단 모두 훈카의 의회 초청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캐나다 의회가 훈카를 초대한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며 "나치 전범들이 처벌받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