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숙박업 신고하거나 이행강제금 내거나 '두 갈래 길'(종합)
30실 이하 보유자는 위탁관리업체에 맡겨야
생숙 소유주 '숙박업 등록 뒤 장기투숙' 편법 가능성도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김치연 기자 = 정부가 25일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주거용으로 쓸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함에 따라 생숙 소유자들은 앞으로 숙박업으로 등록하거나, 주거용으로 쓰면서 이행강제금을 내는 두 가지 선택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생숙의 숙박업 신고 의무가 건축법 시행령에 명시된 2021년 12월 이전 사용 승인을 받은 9만6천실 가운데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4만9천실(51%)이다.
숙박업 미신고 생숙 중 1인이 1실을 소유한 경우는 1만9천실(39%), 1인이 2∼29실을 소유한 경우는 1만2천실(24%)이다. 1인이 30실 이상을 보유한 경우는 1만8천실(37%)이다.
정부가 '30실' 기준으로 통계를 낸 것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영업 신고는 기본적으로 30실 이상을 보유한 개인이나 위탁운영자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 건물에 객실이 20실밖에 안 된다거나, 3∼4개 객실이 독립된 동으로 구성된 생숙의 경우 30실 이하라도 숙박업 등록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예외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최소 30실을 모아 위탁관리업체에 맡긴 뒤 숙박시설로 활용해야 한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생숙 현황을 점검하며 사안별로 따져 숙박업 신고가 가능하도록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생숙 소유주가 숙박업 신고를 하고, 위탁관리업체에 객실을 맡긴 뒤 숙박용으로 객실을 쓸 수 있도록 내년 말까지 계도 기간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숙을 매각하는 경우의 수도 있지만, 정부가 주거용 전환 불가를 명확하게 밝혔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앞둔 상태라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숙박업으로 등록해 집주인이 장기 투숙하는 식의 '편법'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장기 숙박'과 '거주'의 명확한 법적 구분은 없는 상태다.
판례에서 '6개월'을 기준 삼은 적이 있으나, 기간으로 한정하지 않고 '전입신고를 하고 공과금을 냈는지' 등에 따라 거주 여부를 판별하기도 한다.
지자체가 점검 과정에서 거주인지, 장기 숙박인지 사례별로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생숙 소유주는 '거주자 전입신고를 받아주면서 주거가 합법적이라고 오해하게 됐다'고 억울함을 표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입신고가 가능하다고 해서 주거용 시설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입신고는 이동 인구의 거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30일 이상 체류하면 공장, 창고 전입신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숙은 외국인 관광객과 장기 체류 숙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된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로, 외양이 다양하다.
아파트, 오피스텔, 호텔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곳도 있고, 경기도 외곽에는 펜션, 단독주택 형태도 있다. 기본적으로 생숙은 준주거지역, 상업지역에만 지을 수 있지만, 조례로 정하는 경우 자연녹지지역, 계획관리지역, 준공업지역 등에도 자리 잡을 수 있다.
생숙 소유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김윤선 회장은 "국토부의 대책(이행강제금 유예)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앞으로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제도 개선 권고와 법적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논란은 생숙을 주거용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홍보해 판매하는 편법이 횡행하게 만든 당시 환경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전 정부가 다주택자와 아파트를 넘어 오피스텔까지 과도하게 규제하면서 규제 회피 수요가 생숙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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