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1세 소년, 엄마와 차 타고 가다 '오인 총격'에 희생돼
20대 용의자 2명 체포…뉴멕시코주, 공공장소 총기휴대 금지령 내렸다 제동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최근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총기 소지 문제에 불을 지핀 11세 소년 사망 사건은 총격범들의 표적 오인으로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총격범들의 표적은 원래 다른 사람이었으나, 그가 타고 있던 차종이 소년 가족이 탄 차와 같고 가까운 곳에 주차돼 있던 탓에 엉뚱하게 무고한 소년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경찰국(APD)은 지난 6일 발생한 프로일런 빌레가스(11)의 살해 사건 용의자로 나센 갈리(21)와 호세 로메로(22)를 체포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빌레가스는 지난 6일 저녁 마이너리그 야구장인 아이소토프 파크에 가족과 함께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경기가 끝난 뒤 차를 타고 나오던 중 총격에 맞아 숨졌다.
CBS방송에 따르면 경찰은 총격 용의자 중 한 명인 로메로와 다른 한 남성이 야구장에서 마주친 뒤 싸우기 시작했고, 로메로 등은 이 남성을 총격의 표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야구장 주차장에 찍힌 영상에는 이 남성이 탄 차량이 빌레가스 가족의 차량 옆을 지나가는 모습이 담겼으며, 두 차량은 모두 2019년식 흰색 닷지 픽업트럭이었다.
빌레가스 가족은 잠시 뒤 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용의자들이 이들이 탄 트럭을 따라가 총격을 가했다.
해럴드 메디나 앨버커키 경찰서장은 "용의자들이 두 차량을 헷갈려 엉뚱한 차에 총을 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매체 앨버커키 저널에 따르면 이 총격으로 숨진 소년 빌레가스의 모친 타티아나 빌레가스(23)도 척추에 총상을 입어 다시는 걷지 못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타티아나의 어머니는 빌레가스 모자가 타고 있던 차에 총알 자국이 14개가 나 있었으며, 소년이 머리에 1발을, 타티아나가 2발을 맞았다고 전했다.
그는 "어떻게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옆으로 차를 몰고 와서 총 17발을 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분노했다.
그는 손자인 빌레가스가 매우 행복한 아이였으며,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존재였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이틀 뒤 미셸 루한 그리셤 뉴멕시코 주지사는 이 사건과 함께 최근 지역에서 잇따른 총기 사건을 언급하며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어 그 다음 날에는 앨버커키를 포함한 버나릴로 카운티의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30일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 명령은 미 헌법이 보장한 총기 소지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소송도 제기됐다.
소송을 맡은 연방법원 판사는 본 심리 때까지 이 명령을 일시 중지한다고 결정했고, 결국 그리셤 주지사는 공원과 놀이터에서만 총기 휴대를 금지하는 것으로 명령을 바꿨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