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럽이 디리스킹 고안"에 유럽대사들 "무슨 소리" 반발
베이징 포럼서 "디리스킹은 중국이 수십 년 해온 일" 받아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에서 열린 포럼에서 유럽의 대(對)중국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을 둘러싸고 중국 고위 외교관과 현지 주재 유럽 대사들 간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에서 현지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센터(CCG)가 개최한 포럼에서 우훙보 중국 유럽사무 특별대표는 유럽이 중국을 위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국가 안보를 과도하게 강조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우 대표는 "디커플링(분리)은 미국의 산물이고 디리스킹은 유럽에서 고안했으며 국가 안보의 개념은 과도하게 확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국 기업 화웨이가 그로 인해 미중 경쟁의 중심에 놓였다면서 어떤 나라도 화웨이가 그들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유럽과 협력할 핵심 파트너"라며 "그러한 핵심 파트너를 조직적 라이벌로 여기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 대사들은 중국에 대한 우려가 정당하다고 맞받아쳤다.
토머스 외스트루프 뮐러 주중 덴마크 대사는 "유럽이 어느날 갑자기 디리스킹 정책을 만들어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뮐러 대사는 "회복력을 높이거나 위험을 제거해야 하는 필요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코로나19 기간 공급망 붕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이러한 종류의 경제적 안보에 대한 고려는 이미 중국에서 수년간 퍼져있던 주제"라고 꼬집었다.
또 호르헤 톨레도 알비나나 주중 유럽연합(EU) 대사는 "EU가 중국을 파트너, 경쟁자, 조직적 라이벌로 규정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설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좋든 싫든 그것은 우리가 중국과 관계를 맺어온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패트리샤 플로르 주중 독일 대사 역시 어떤 나라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찾아내 관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쳤다.
라파엘 데즈칼라르 데 마자레도 주중 스페인 대사는 디리스킹은 전략 물자의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제거하고 안보 우려를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중국이 수십년간 해온 일"이라며 "중국이 해온 것과 같은 일을 우리가 하는 것에 대해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해당 포럼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관련한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은 서방의 압박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
알비나나 EU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와 중국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이어 "중국이 침략을 비난하고 러시아에 주권 국가에 대한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병합과 점령을 철회하라고 분명히 요구할 때까지 이 전쟁의 미래는 계속해서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르 독일 대사는 "EU는 '가짜 평화'를 용인할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한다"며 "이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국경 안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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