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시대 종료…'미디어 제국' 물려받는 장남 라클런은

입력 2023-09-22 12:03
머독 시대 종료…'미디어 제국' 물려받는 장남 라클런은

오랫동안 경영 참여하며 동생 제임스와 경쟁

"강한 보수 기질…부친과 다르지 않아"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92)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장남 라클런 머독(52)이 자리를 이어받기로 하면서 그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는 등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에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폭스 코퍼레이션 등 굴지의 미디어 기업을 이어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머독의 후계자로 경영 수업을 받는 듯 보였던 라클런은 아직 뚜렷한 기업 청사진을 내보이진 않았다. 뚜렷하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21일(현지시간) AP,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라클런은 부친 머독이 뉴스코프와 폭스 코퍼레이션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라클런이 자리를 이어받기로 했다.

부친과 뉴스코프의 공동 회장을 맡았던 라클런은 단독 회장으로, 기존 폭스 코퍼레이션의 회장과 최고경영자 자리는 유지한다.

그는 폭스 스포츠, 폭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월스트리트저널(WSJ), 폭스뉴스, 더 선(호주·미국·영국) 등 영향력 있는 뉴스 브랜드를 관장한다.

머독의 자녀는 라클런을 포함해 총 6명이다. 4차례 결혼한 그는 3명의 아내와 총 딸 넷, 아들 둘을 뒀다.



이들 일가는 꾸준히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첫째부터 넷째까지 자녀들이 벌이는 경쟁 구도, 보복을 일삼는 경영 전략은 미 HBO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머독의 둘째 부인 애나와 머독 사이에 태어난 라클런은 부친의 미디어 사업에 둘러싸여 자랐다.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매일 아침 스쿨버스를 타기 전 그와 형제자매들은 부친이 관심을 보이며 읽으라고 시킨 NYT, WSJ 등 조간신문 기사들을 읽었다고 말했다.

또 저녁에 아버지의 관심을 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언론이나 정치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나이가 들고서는 부친 회사에서 여름을 보냈다. 호주 신문사에서 인쇄기를 청소하거나 텍사스주 일간지에서 수습기자로 일했다.

1994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서는 호주의 부친 회사에서 3년간 일했다. 1999년엔 뉴스코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다가 2005년엔 돌연 사임, 민간 투자 회사 '일리리아 Pty'를 설립, 호주 라디오 방송 등을 인수했다.

당시 그의 동생 제임스는 폭스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CEO를 맡고 있었는데, 이를 둘러싸고 시장에서는 머독이 형제간 경쟁 구도를 만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라클런은 2015년 복귀, 제임스와 21세기 폭스의 공동 회장을 맡았다. 2019년 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디즈니에 매각한 후엔 폭스 회장 겸 CEO를 맡았다.

라클런은 부친과 달리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예 전문지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시절 라클런은 다른 형제자매들과 달리 자신은 "강경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였다고 말했다.



머독 소유의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의 전 편집장은 2016년 출간한 책에서 라클런이 앨 고어 미 전 부통령과 논쟁하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를 "거의 응원했다"고 전했다.

저자는 "라클런의 보수 기질은 호주 어느 정치인보다 강하다"며 "일반적으로 그의 아버지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적었다.

미 대선 부정선거 의혹 집중 보도로 지난 4월 개표기 제조업체에 8천750만달러(약 1조 539억원) 배상에 합의한 후 그는 폭스는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을 보도하는 기관이라며 관련 보도에 관한 폭스를 재차 옹호했다.

다만 폭스 측 대변인은 라클런의 정치 성향에 대해 "그저 추측일 뿐"이라며 "그를 보수주의자로 분류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라클런은 동생 제임스와는 사이가 소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는 21세기 폭스 CEO를 포함해 수년간 뉴스코프에서 다양한 임원직을 맡았다. 21세기 폭스가 디즈니에 매각된 후에는 민간 투자 회자 루파 시스템을 차려 경영하기도 했다.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그는 2000년 뉴스코프 이사회에서 사임한 바 있다. 그는 WSJ, 뉴욕포스트 등 신문의 '특정 편집 내용에 대한 의견 불일치'를 이유로 들었다.

2020년 미 대선에선 부인과 함께 당시 민주당 후보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2천만달러를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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