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400억원 들여 '불법체류자 겨울나기용 천막촌' 추진

입력 2023-09-22 07:53
美시카고, 400억원 들여 '불법체류자 겨울나기용 천막촌' 추진

"7천억원 예산적자 상황에서 불체자 임시거처에 혈세 낭비" 주민 반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시가 겨울철을 앞두고 중남미 출신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초대형 천막촌을 조성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이주민들의 '겨울철 베이스 캠프'(winterized base camps) 건설을 위해 사설업체 '가다월드'(GardaWorld)와 2천930만 달러(약 400억 원) 규모의 1년 계약을 체결했다.

브랜든 존슨 시장(47·민주)은 날이 추워지기 전에 천막촌을 짓고 현재 시내 경찰서와 공항 로비에서 임시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중남미 출신 2천여 명을 이동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시 당국은 "망명 희망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천막촌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대형 천막촌이 과연 어디에 들어설지는 가다월드와의 계약서상에 명시되지 않고 최종 결정되지도 않았다고 로니 리스 시장실 대변인은 말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계약서에는 구체적인 타임라인도 나와있지 않다"며 "지금까지 유일하게 후보지로 거론된 바 있는 시카고 남부의 웨스트 풀먼 지구 주민들은 천막촌이 들어서는데 적극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스 대변인은 "날이 추워지기 전에 이동시키려면 서둘러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불체자 임시 거처로 변해있는 경찰서들의 상황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더이상 이대로 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다월드는 최근 시카고 시의회에서 천막촌 예상도를 공개했다.

대형 철골구조 위에 방수·단열 기능이 있는 천막을 덮고 냉난방 장치를 설치한 후 간이침대를 줄맞춰 넣은 숙박시설 단지를 중심으로 무료 식사가 제공되는 식당, 샤워장, 세면장, 이동식 화장실, 창고, 관리사무소 등을 각각 별도의 간이건물 또는 트레일러를 이용해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시 당국은 이 모든 시설이 장애인복지법(ADA)을 준수해 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카고 시의 내년 예산 적자 규모는 5억3천800만 달러(약 7천200억 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2억 달러(약 2천700억 원)가 불법입국자 지원 예산과 관련돼있다.

미국 남부 국경지대의 지자체들이 "넘쳐나는 불법입국자들을 감당할 수 없다"며 '성역도시'(불체자 보호도시)를 자처하는 뉴욕·워싱턴DC·시카고 등 민주당 성향의 대도시들로 이들을 보내면서 당국과 지역 주민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작년 8월 이후 시카고로 이송된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 수는 1만4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시카고 시는 금년말까지 주민 혈세 2억5천570만여 달러(약 3천430억 원)를 이들 관리 비용으로 쓸 예정이며 존슨 시장의 겨울철 베이스캠프 건설 계획이 현실화 하면서 이들에 대한 비용이 3억 달러(약 4천억 원)를 훌쩍 넘기게 됐다고 선타임스는 전했다.

이와 관련 시카고 시의회 난민권리위원회 안드레 바스케즈 위원장은 "시 일부 지역에 오랫동안 방치돼있는 건물들을 사들여 이민자 임시 거주지로 재설계해 사용하면 예산도 아끼고 주민 반발도 적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 경우 불법입국자 위기가 끝나더라도 여러 용도로 잘 활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천막촌은 비용만 크게 들고 나중에는 흉물단지로 변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주민은 "시 당국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주민이나 노숙자를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세금도 내지 않는 불체자들을 위해 혈세를 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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