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의석 33% 여성 몫으로…개헌안 연방하원 첫 통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모디 총리, 여야에 사의 표시
국방장관 "'여성 주도 발전' 총리 비전이 개헌안에 영감"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인도에서 연방하원과 지방의회 의석 가운데 33%를 여성 몫으로 할당하는 내용의 개헌안이 처음으로 연방하원을 통과했다.
개헌안은 여야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연방하원 턱을 넘어 연방상원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인도 매체에 따르면 연방하원은 닷새 일정의 특별회기 사흘째인 전날 여성 의석 확대 개헌안을 구두 표결에 부쳐 찬성 454명, 반대 2명으로 가결했다.
개헌안은 규정상 전체 545석 가운데 얻어야 하는 찬성표 3분의 2를 훌쩍 뛰어넘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으로 통과됐다.
개헌안에는 '지정 카스트'(scheduled castes·불가촉천민)와 '지정 부족'(scheduled tribes)을 위해 할당해 놓은 의석 가운데 3분의 1은 각각 해당 그룹 여성의 몫이 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등 야권은 개헌안이 정부가 제시한 2029년 이후에 발효하도록 할 게 아니라 대통령 승인 후 즉각 발효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냈으나 개헌안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오는 2026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 점을 감안, 2029년 이후 발효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안은 이르면 21일 중 연방상원으로 넘어가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성 의석 확대를 위한 개헌 시도는 1996년 처음 있은 뒤 3차례 더 있었다. 2010년에는 연방상원은 개헌안을 가결했지만 연방하원에는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다섯번째로 시도된 이번 개헌안이 연방하원을 처음으로 통과하자 개헌안을 강력히 추진해온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기쁨을 나타내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개헌안을 지지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지도자들도 개헌안 통과를 일제히 반겼다.
특히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은 여성 권한 확대를 향한 역사적인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싱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여성 주도 발전'이라는 모디 총리의 비전이 이번 개헌안에 영감을 줬다"면서 "개헌안 통과는 인도에서 여성 권한 확대를 향한 역사적이고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가 이번 개헌안에 찬성한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참여를 통한 여성의 권한 확대라는 대의를 거스를 수 없다는 공감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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