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의원들, 미국 워싱턴 찾아 '위키리크스' 어산지 석방 요구
"충분한 처벌 받아"…호주 총리 미국 방문 앞두고 이슈화 나서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여야 의원들이 미국을 찾아 영국에서 수감 중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석방을 촉구했다.
21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바너비 조이스 전 호주 부총리를 비롯한 호주 의원 6명은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법무부 관계자들과 만나 어산지의 미국 인도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회의 후 토니 저피어 노동당 하원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 당국에 호주인들은 어산지가 충분한 처벌을 받았으며 기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슈브리지 녹색당 상원의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호주와 미국 양국 관계에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가 열리는 동안 법무부 건물 밖에서는 어산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어산지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호주 여야 상원의원 63명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의원단의 미국 방문을 지지하며 "호주 시민인 어산지에 대한 기소와 투옥이 종료돼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호주 의원들이 어산지 석방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내달 있을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어산지 문제를 환기하기 위해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어산지에 대해 "이 문제는 너무 오래 이어졌고 이만하면 충분하다"며 어산지의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어산지 문제에 대해 여전히 단호한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호주 의원들의 방문에 대해 "발표할 것이 없다"며 "진행 중인 범죄인 인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정책"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호주를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그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행동은 우리의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해를 끼쳤고 적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줬으며, 익명의 인적 자원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라며 호주가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민감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주 시민권자인 어산지는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던 첼시 매닝이 2010년 빼낸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등 기밀문서를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해 세계적 파장을 낳았다.
미국의 수배를 받던 그는 2012년부터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2019년 에콰도르 정부에 의해 추방됐고 영국 경찰에 체포돼 벨마시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미 법무부는 2019년 방첩법 위반 등 18개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하고 영국에 송환 요청을 했으며 현재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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