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역서 '교내 성 정체성 공개 부모 허가' 지침 찬반 시위

입력 2023-09-21 10:40
캐나다 전역서 '교내 성 정체성 공개 부모 허가' 지침 찬반 시위

주요 대도시, 성소수자 지지-반대 수천 명 대립·충돌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전역의 주요 대도시에서 청소년 성소수자(LGBTQ)의 정체성 공개를 둘러싼 학교 지침에 대해 거센 찬반 시위가 벌어졌다고 캐나다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동부 온타리오주에 걸쳐 각 도시 중심가에서 수천여 명의 시위대가 성소수자 교육 지침에 대한 지지와 반대를 각각 외치며 대립, 충돌했다.

이날 시위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주창, 지지하는 측의 계획에 반대 시위대가 같은 장소의 맞불 집회로 맞서면서 가열됐다.

양측의 충돌은 지난 6월 대서양 연안 뉴브런스윅주 정부가 중·고교 교육 시책으로 학생의 성정체성 지도 지침에 부모의 개입을 강화하는 내용을 도입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주 정부는 16세 미만 학생이 성정체성을 공개, 호칭 대명사 변경을 원할 경우 부모의 사전 허락을 받도록 젠더 시책을 개정, 시행에 나섰으나 즉각 인권 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인권 단체인 캐나다민권협회는 새 시책으로 청소년의 권리가 부모에 침해 당하는 심각한 위법이 초래된다며 소송을 제기,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곧 새스캐처원주도 정부도 같은 시책에 동조하면서 부모의 동의 없이 교사가 학생의 성 지칭 대명사를 바꾸어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이 역시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는 소송으로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논란을 촉발한 뉴브런즈윅주의 블레인 힉스 주 총리는 이날 프레더릭턴의 주 의사당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석해 "아이들이 학교 교육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슨 결정이 중요한지를 부모들이 알아야 한다"며 정부 시책을 옹호했다.

이날 일부 도시에서는 양측 간 주먹다짐이 벌어지는 등 충돌이 격화,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되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새 지침 찬성 측 시위대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젠더 이데올로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갖는 의문을 부모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소수자의 정체성에 관해 배워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성소수자 지지 시위대는 이들을 향해 미국에서 벌어지는 문화 전쟁을 캐나다로 수입한다면서 학생들이 젠더 다양성에 대한 포용과 존중을 깨닫는 중요한 학습 과정을 박탈하려 든다고비난했다.

양측은 거리 시위에서 거친 공방을 벌이는 한편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비난전도 격렬하게 교환했다.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자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 나라에서 트랜스혐오, 동성혐오, 양성혐오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며 성소수자 측 시위를 옹호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러한 증오와 주장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전국의 성소수자 캐나다인을 지지하며 일어서 단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는 수도 오타와를 비롯해 동부 지역의 토론토, 핼리팩스, 중부 리자이너와 서부 밴쿠버, 빅토리아 등 전국에서 이어졌다.

jaey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