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밀착하는 중러…푸틴 "일대일로 지지", 왕이 "패권주의 반대"
푸틴, 美가 견제 나선 '中 일대일로' 힘실어…내달 시진핑과 올해 두 번째 정상회담
왕이, 푸틴에 시주석 안부 전해…美 겨냥해 "양국의 정당한 권익수호 위해 노력해야"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1일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러시아는 일대일로를 높이 평가하고 적극 지지하며 이를 왜곡하고 먹칠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라시아경제동맹과 일대일로 연결을 강화하고 지역 통합 프로세스를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 주석이 집권 초반인 2013년 8월 글로벌 프로젝트로 발표한 뒤 지금껏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인프라 투자·협력이 핵심으로, '대국굴기'를 현실화하려는 중국의 대외 확장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대(對)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이달 들어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IMEC) 사업을 출범시키는 등 견제에 나선 상태다.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는 빠져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왕 부장과 회담에서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 10주년을 맞아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 이후 약 7개월 만에 두 정상이 올 한해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갖게 됐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올해 들어 미국과 서방의 일방적인 제재의 충격을 극복하고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해 각종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계획을 강화하고 실무 협력을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등 반미 성향의 다자간 국제기구를 통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외교적 고립 심화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북·중·러 3국 연대 강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4년 5개월 만의 북러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다음 달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중이 성사된다면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후 그가 처음 찾는 해외 방문지는 중국이 된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시 주석이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며 양국 관계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양국의 전략적 상호신뢰를 높이고 실무협력을 강화해 우호를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왕 부장은 "각종 혼란에 직면한 국제정세 속에서 경제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일방적 행위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패권주의는 인심을 얻지 못한다"며 미국을 겨냥한 뒤 "양측은 다자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며 국제질서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푸틴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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