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최고위직 거취 파동, 시진핑의 판단력·통치력에 의문 제기"
직접 발탁 친강 면직 이어 리상푸도 3주째 '실종'…CNN "中 국제적 이미지에도 타격"
'지나친 1인 권력 집중의 부작용', '지도부가 촉발한 엄청난 정치적 위험' 지적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 최고위직 인사들의 거취를 둘러싼 파동으로 인해 이들을 직접 발탁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판단력과 통치능력(통치력)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는 서방 매체의 지적이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20일 홍콩발 기사를 통해 "불과 몇 달 사이에 세계와 중국을 잇는 핵심 대담자(대화자)로 활동했던 중국 내각(국무원)의 고위 인사 2명이 실종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언급된 2명은 최근 3주 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실각설이 나오고 있는 리상푸 국방부장과 지난 7월 공식적으로 면직된 친강 전 외교부장을 말한다.
방송은 시 주석이 전례없이 3연임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원대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길을 닦아주기를 바란 충성파들로 최고위층을 구성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리 부장과 친 전 부장은 이렇게 시 주석이 직접 뽑아 중책을 맡긴 집권 엘리트들이지만, 발탁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면직되거나 행방이 묘연한 상태가 되는 등 거취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섰다.
방송은 이같은 점을 근거로 "시 주석의 판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동시에 그의 거버넌스(통치능력)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도 약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리 부장과 친 전 부장은 나란히 중국 국무원의 국무위원직도 겸직하고 있다.
국무위원은 총리(1명), 부총리(4명), 국무위원(5명)으로 구성되는 중국 국무원(내각) 수뇌부의 일원으로 통상 장관급보다 높은 부총리급의 대우를 받는다.
친 전 부장은 외교부장에서 경질된 후에도 국무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친 전 부장의 경질 사유를 함구하고 있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그의 주미대사 시절 혼외관계와 자녀 출산이 경질 사유라고 보도한 바 있다.
리 부장 역시 실각설에 휩싸였음에도 국방부 수장 자리와 국무위원직을 유지하면서 시 주석이 수장인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원도 겸직하고 있다.
CNN은 "이들의 거취에 대한 투명성 부족은 중국의 정치 모델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선전해온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중국 집권 엘리트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짐으로써 공산당 일당 체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3번째 임기에 들어선 시진핑 개인의 권력 집중으로 이같은 취약성은 더욱 증폭됐다는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드류 톰슨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실제로 중국 지도부로부터 촉발된 엄청난 정치적 위험을 반영한다"며 "정치적 위험은 시진핑과 그가 직접 뽑은 부하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시스템 내의 행동을 통제하는 확립된 규칙과 규범이 부재하다는 데에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서방 매체의 분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17일자 기사를 통해 시 주석이 최근 경제 침체와 극심한 청년실업, 핵심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낙마 조짐 등 갖가지 악재에 부닥친 것은 자신 1인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된 것의 부작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6일 리상푸 부장과 친강 전 부장은 모두 시 주석이 발탁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몰락에 관해 시 주석이 책임을 회피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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