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약속해놓고…글로벌 기업들 탄소감축 '시늉만'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글로벌 대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려는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약속했지만 정작 이행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용 부담과 기술 정체로 발목이 잡힌 데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마저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WSJ은 산업 구조상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하지 않고서는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사실상 불가능한 사례로 광산업체 리오틴토를 제시했다.
배출권 시장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지 못하면 각종 설비에 저감장치를 다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인데, 관련 기술 발전이 더딘 탓에 2025년에 맞춘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공사들도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연료 사용을 줄이기 어려운 만큼 배출권 거래가 필수다.
그러나 델타항공, 제트블루, 이지젯 등 탄소배출권을 꾸준히 사들이던 회사들마저 지난해 들어 구매량을 줄이는 추세로 확인됐다.
탄소배출권은 애당초 녹색수소나 탄소포집 등 근원적인 온실가스 대책이 현실화하기 전까지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방안인데, 풍력발전 등 관련 기술들의 탄소 저감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 대한 기대가 냉각됐다는 것이다.
델타항공은 이제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개발로 눈을 돌리겠다는 태세고, 제트블루와 이지젯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여기에 최근 유통 공룡 아마존이 기존에 203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철회하는 등 기후변화 정책이 후퇴하는 모습이다.
아마존은 10년 뒤인 2040년을 새 기한으로 설정했으나,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감축 이행 방안은 발표하지 않았다고 WSJ는 지적했다.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검증하는 글로벌 기구인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는 최근 아마존을 포함, 목표에 미치지 못한 업체 약 120곳을 선정해 공개했다.
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종 상품 비용이 상승한 것도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WSJ은 "기업들은 과도한 약속을 내걸었고, 과소하게 이행하고 있다"며 "이제는 장기적인 목표에 헌신하겠다며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냉정한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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