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망명 정치인, 유엔서 '친러' 조국 향한 관심 촉구
"벨라루스, 푸틴 위한 '위로상' 돼선 안 돼…역내 평화·안보와 직결"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41)가 19일(현지시간) 친러시아 행보를 걷는 조국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을 촉구했다.
치하노우스카야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개막한 유엔 총회를 계기로 AF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벨라루스를 의제에 포함해줄 것을 동맹국들에 요청한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또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일환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주는 '위로상'(consolation prize)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 지역에서 벨라루스가 푸틴에게 '위로상'으로 남겨지지 않도록 벨라루스가 논의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하노우스카야는 2020년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맞붙었다. 이후 리투아니아로 망명해 루카셴코 대통령 측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해왔다.
치하노우스카야의 이날 발언은 30년 가까이 집권하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친러시아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공격을 수행할 수 있게 하고, 러시아 전술핵무기의 자국 내 배치를 허용하는 등 푸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 6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을 때 중재에 나선 것도 루카셴코 대통령이었다. 바그너 그룹 용병 일부는 여전히 벨라루스에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과 관련, 치하노우스카야는 "이는 지역 안보와 이웃 국가들에 대한 위협"이라면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벨라루스가 없다면 역내 평화와 안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루카셴코 대통령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또 많은 정치범이 감옥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 인권단체들이 더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치하노우스카야의 남편 샤르헤이 치하노우스키를 비롯한 야당 지도자 다수가 감옥에 갇혀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치하노우스키는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체포됐다.
치하노우스카야는 남편과 연락이 끊긴 지 6개월째라면서 "아이들은 아빠에게 편지를 써도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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