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대통령 "아프리카, 세계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 빨라"

입력 2023-09-20 03:55
남아공 대통령 "아프리카, 세계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 빨라"

"선진국 대신 대가 치러"…유엔총회서 탈탄소화 가속화 촉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아프리카가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탈탄소화를 가속할 것을 촉구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총회 연설에서 "전 세계에서 기후가 '뜨거운 장소'(hotspots) 20곳 가운데 17곳이 아프리카에 있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예무역이 끝난 지 몇 세기, 식민지 시대의 자원 착취가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아프리카는 또다시 선진국들의 산업화와 발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COP27에서 합의한 대로 기후변화로 큰 타격을 입은 국가들을 위한 기금도 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회원국 간 주권평등 원칙이 반영되고 안보리가 현재 지정학적 현실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안보리를 개혁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제 이를 위해 '텍스트'(문서)에 기반한 협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과 더욱 광범위한 다자체제 속에서 아프리카 대륙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목소리가 분명히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을 이끌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방문해 평화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는 라마포사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로서 우리는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해지도록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모든 일을 다해야 하며 갈등에 기름을 붓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아프리카에서 잇따르는 군사 쿠데타에 관해서도 언급하며 "우리는 최근 아프리카 일부에서 반(反)헌법적으로 정부가 교체되는 사건들에 관해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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