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대만 국민당 총통후보, 방미 중 국방력 강화 강조 까닭은
굳건한 안보 강화·친중 희석화로 中위협 우려 지지층 표 공략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의 친중 세력인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 후보가 미국 방문 중에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 14일부터 8일간 미국 방문 중인 허우 후보는 가는 곳마다 중국과 전쟁을 피하려면 대만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일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 매체에 따르면 허우 후보는 전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공개된 기고에서 내년 1월 13일 총통선거에서 당선된다면 행정원 부주석(부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방동원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 위원회는 각 부처의 국방 동원 정책을 통합하는 조직으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운영 중인 차관급을 수장으로 한 국방동원처보다 2단계 높은 지휘체계를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중국시보는 전했다.
허우 후보는 기고에서 대만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내외부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력 행사와 그 가능성을 사전에 더 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정보 공유는 물론 정기 합동 훈련 등 군사훈련을 강화함으로써 긴급 상황 시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허우 후보는 방미 중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토론회에 참석해 대만해협 현상 유지가 대만의 주류 여론이라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대화를 원하지만 대만이 대칭적인 전투 능력을 갖추고 군 전력을 강화해야 중국의 무력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언급은 중국에 친화적인 국민당의 총통 후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16년 차이잉원 대만 총통 집권 이후 대만 정부와 접촉을 꺼려온 중국은 내년 1월 13일 총통선거에서 국민당 후보 지지를 노골적으로 밝혀왔다.
중국은 국민당의 샤리옌 부주석을 지난 2월, 마잉주 전 총통을 지난 4월 롄성원 부주석을 지난 5월 방중 초청해 융숭히 대접한 바 있다.
외교가에선 총통선거 레이스가 본격화한 이후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선두를 고수하는 가운데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허우 후보가 '친(親)중국' 색깔을 희석하는 한편 굳건한 안보 의지를 강조해 중국의 안보 위협을 우려하는 유권자 지지를 얻으려는 심산으로 본다.
대만의 메이리다오 전자보가 지난달 25일과 28∼29일 20세 이상 성인 1천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가 36.6%의 지지율로 1위였고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19.1%), 제1야당 국민당 허우 후보(18.3%), 무소속 궈타이밍(9.7%) 순이었다.
다만 중국시보가 지난 11∼12일 20세 이상 대만인 1천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선전화 조사에서는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와 제2야당인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단일화해 각각 총통·부총통으로 출마한다고 가정했을 때 38.4%의 지지율로 라이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