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홍수 부실대응에 뿔난 생존자들 첫 反정부 집회(종합)

입력 2023-09-19 20:45
리비아 대홍수 부실대응에 뿔난 생존자들 첫 反정부 집회(종합)

즉각 조사·책임자 처벌 촉구…일부 시위대 정직 상태 시장 집에 불 질러

총리대행, 시위원회 위원 전원 해임·수사 회부…"기자들 떠나라" 명령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태풍이 쏟아낸 폭우로 댐이 붕괴하면서 수천 명이 사망한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처음으로 정부를 성토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데르나의 랜드마크인 사바하 모스크 앞에서 수천 명의 주민들이 모여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특히 리비아 하원의 아길라 살레흐 의장을 집중적으로 성토하면서 '국민은 의회를 원하지 않는다', '아길라는 신의 적', '도둑놈과 반역자를 처형하라' 등 격한 구호를 외쳤다.

일부 주민은 이날 저녁 데르나 시장인 압둘모넴 알-가이티의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리비아 동부지역을 관할하는 임시정부인 '국가안정정부'(GNS)의 민간항공부 장관인 히쳄 아부 츠키와트에 따르면 가이티 시장은 현재 정직 상태다.

GNS를 이끄는 우사마 하마드 총리 대행은 대홍수의 책임을 물어 데르나시위원회 위원들을 전원 해임하고 조사에 회부한 상태다.

시위 참가자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재난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유엔에는 데르나 지역 재건작업과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위에 동참한 학생 만수르는 "수천 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간 댐 붕괴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 착수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타하 미프타흐(39)씨는 "오늘 집회는 정부가 위기 대응 실패했다는 메시지다. 특히 의회는 비난받아야 한다"며 "이번 재난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조사와 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성토하는 시위가 내외신을 통해 알려지자 GNS 관리들은 19일 기자들에게 데르나에서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츠키와트 장관은 로이터와 전화 통화에서 "구조팀이 순조롭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조처로 밤새 벌어진 시위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리비아에서는 지난 10일 태풍 다니엘이 쏟아낸 폭우로 2개 댐이 무너지면서 항구도시 데르나를 덮쳤다.

대홍수로 붕괴한 건물 잔해 등에 많은 사람이 묻혀 있어서 아직 정확한 사상자 집계는 되지 않고 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까지 사망자 3천922명, 실종자는 9천여명이라고 집계했다.

생존자들은 식수를 찾아 폐허가 된 도시를 뒤지고 있지만, 식수원이 오염돼 수인성 감염병이 돌 가능성이 크고 홍수에 떠밀려온 지뢰도 생존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오염된 식수를 마시고 설사 등 수인성 질병을 앓은 사례가 150여건 보고됐다.

유엔리비아지원단(UNSPL)은 성명을 통해 대홍수 이후 식수 오염과 위생시설 부족으로 리비아 동북부에 전염병이 창궐해 '두 번째 파괴적인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