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민간기업 지원에 공산당 기관지도 가세…"숨은 장벽 존재"
경제 살리려 민간분야에 잇단 우호 메시지…"정책 실효성 의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공산당 기관지도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중국의 국유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우대 정책' 속에서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이 말로만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는 사설에서 "숨은 장벽은 비즈니스 활동의 여러 분야에 존재하고 민간 기업 성장의 전체 과정에 동반된다"고 지적했다.
학습시보는 "국유기업과 비교해 대우뿐만 아니라 권리·기회·규정의 불평등도 민간 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썼다.
이어 정부와 기업 간 혼탁한 관계, 불공정한 시장 접근, 치열한 경쟁, 은행 대출의 어려움도 민간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가중한다고 덧붙였다.
SCMP는 "관영 매체가 '숨은 장벽'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 아니나 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 5% 달성을 위해 다급하게 민간 투자와 지출을 활용하려고 하면서 이 문제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학습시보의 사설은 중국 당국이 지난 7월 내놓은 31개 실행 계획으로 구성된 '민간경제 발전·성장 촉진에 관한 의견'이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했다.
해당 정책은 민간기업에 대한 종합 지원 방침으로 "공정 경쟁의 제도적 틀과 정책 실시 메커니즘을 완비해 소유제별 기업(국유·민간·외자기업)을 동일하게 보고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유 기업과 차별 없이 민간 분야에 대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중국은 이달 초에는 중앙정부 거시경제 주무 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안에 민간경제 정책 전담 조직인 민간경제발전국을 설치했다. 민영경제의 발전을 촉진할 전문 기구로, 관련 영역의 정책을 총괄·조정할 것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단순한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실행되고, 효과는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실제로 1∼8월 중국의 민간 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0.7% 하락해 1∼7월(-0.5%)보다 더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국유기업의 투자가 7.4% 늘어난 것과 크게 대조됐다.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의 쑨원예 분석가는 SCMP에 중국 민간 분야의 신뢰를 저해하는 최대 요인은 부동산 시장 둔화와 내수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놓든 이러한 거시 경제 환경에서 투자, 생산, 고용을 늘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조치들은 전적으로 실행된다면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는 데 좋겠지만, 단기적으로 민간 분야의 심리를 끌어올리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민간 분야는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 세수의 50% 이상, 도시 고용의 80% 이상을 책임진다.
그러나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국유기업과의 차별 속에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에도 회복에 고전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중국 100대 상장사에서 국유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말 57.2%에서 올해 상반기 61%로 증가했다. 반면 국유 지분이 10% 미만인 민간 기업의 비중은 2019년 말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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