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각설 中국방부장 갑작스런 부재, 미중 군사회담 재개 '파란불'
美 제재 리상푸 '제거'되면 다툼 원인 없어져 회담 재개 명분 될 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공개석상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진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의 실각설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미·중 고위급 군사 회담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중 군사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이지만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던 리 국방부장의 부재가 고위급 군사 회담을 다시 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제재를 풀지 않아도 되고, 중국으로선 못 이기는 척 수긍하면 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미국 관리는 리 부장이 사실상 '제거'됨으로써 미·중 군사 회담의 주요 장애물 중 하나가 없어졌다고 말한 것으로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리 부장과 관련된 질문에 "알지 못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18년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이던 리상푸가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렸으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3월 리상푸를 국방부장에 임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면서 중국은 리 부장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야 군사 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고, 미국은 리상푸 제재를 고수하면서 군사 회담이 열리지 않아 왔다.
앞서 작년 8월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격분한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 핫라인 격인 국방장관 회담을 중단했다.
중국은 미국 내 권력 구조로 볼 때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은 서열 3위 격인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도발로 보고 반발했다.
이를 계기로 대만은 물론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졌고, 핵무장 강대국 간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갈등과 대립의 파고가 높아지더라도 군사적 충돌만은 방지할 목적으로 '상황 관리'에 주력해왔다.
특히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침입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위기 상황이 반복되면서 행동에 나섰다.
미 행정부는 2월과 5월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외교부장(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당 외사판공실 주임)을 만나도록 해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이와 맞물려 올해 들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장관급 고위 인사 4명이 중국을 방문토록 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지난 6월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시기에 요청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 부장 간 회담을 거절한 것을 포함해 고위급 군사 회담을 기피해왔으나, 근래 변화의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 지난달 14∼16일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열린 연례 인도·태평양 군참모총장 회의에 참석했던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과 쉬치링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합동참모부 부참모장이 만나 미·중 군사 회담 재개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리난 방문 연구원은 리 부장 제거로 미·중 양국이 군사 회담 수준의 관계 회복을 할 수는 있겠지만 초강대국 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3기 집권' 이후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친 강 외교부장에 이어 리 국방부장의 갑작스러운 부재 상황이 중국을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국가로 몰고 간다고 짚었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