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 저소득층 밀집 지구에 '관영 식료품점' 설립 추진

입력 2023-09-19 07:44
美 시카고 저소득층 밀집 지구에 '관영 식료품점' 설립 추진

"식품 사막 해소 방안"…일각에선 "공산주의적 발상" 반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시가 만연된 절도로 인해 대형소매업체가 철수함으로써 '식품 사막'(Food Desert)이 된 저소득층 밀집지구에 시(市)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관영 식료품점'을 설치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경제매체 폭스비즈니스와 정치평론매체 내셔널리뷰 등에 따르면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47·민주)은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식품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시 정부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식료품점의 설립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존슨 시장은 비영리단체 '이코노믹 시큐리티 프로젝트'(ESP)와 손잡고 도시 남부와 서부의 '식품사막' 지대에 '시립 식료품점'을 설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계획이 실현되면 시카고는 식량 불평등 해소를 위해 시 소유의 식료품점을 설치·운영하는 미국의 첫 번째 주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새 시카고 남부와 서부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최소 6개의 대형 소매업체가 줄줄이 문을 닫고 나가면서 기존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했다"며 "시립 식료품점 설치는 오랫동안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식량 접근성마저 제한됐던 경제적 소외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시장은 '관영 식료품점'에 시 정부 예산 뿐아니라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지원금도 투입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식품 사막화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 소매업체들과 식료품 전문업체들이 만성적 범죄를 감당하지 못해 철수했다.

해당 주민들이 도둑질 하지 않는 법을 배우면 업체들이 문을 닫고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5억3천800만 달러(약 7천100억 원) 재정 적자 상태인 시카고 시가 주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 관영 식료품점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절도 행각을 단속하고 범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주민은 존슨 시장의 구상을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면서 "관영 식료품점은 지속 불가능할 뿐 아니라 노골적인 특혜"라고 주장했다.

대형 소매업체 월마트는 지난 4월 시카고 남부와 서부의 4개 매장에 대한 폐점을 발표했다.

월마트 측은 "17년 전 시카고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래 줄곧 수익성이 없었다"며 "매년 수천만 달러씩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년새 손실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앞서 시카고의 악명높은 우범지대 잉글우드의 고급 슈퍼마켓 체인 '홀푸즈'가 개점 6년 만인 작년 11월 영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홀푸즈는 2016년 시카고 시 정부 지원금 1천100만 달러(약 145억 원)를 받고 1천700㎡ 규모 매장을 열었으나 6년 만에 손을 들어 '먹튀'라는 비난을 들었다.

홀푸즈가 문을 닫은 자리에 저가 식품 체인 '세이브얼랏'(Save A Lot)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이 "우리도 신선한 식품, 고품질 옵션을 원한다"며 반발 시위를 벌여 무산됐다.

미국 농무부는 시카고 남부 웨스트잉글우드 주민의 63.5%, 서부 이스트가필드파크 주민의 52%가 집에서부터 800m 이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식품사막'에 살고 있다고 추산했다.

아울러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인 주민은 전체적으로 19%, 흑인은 37%, 라틴계는 29%"라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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