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2차대전 당시 유대인 대학살 실태 알리는 편지 받았다"
伊 언론, 獨 신부가 비오 12세 비서에게 보낸 서한 사본 공개
"교황청도 홀로코스트 알고 있었다" 주장 뒷받침…비오 12세 평가 놓고 논쟁 가열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에 의해 수많은 유대인과 폴란드인이 학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황 비오 12세 측에 전달한 서신이 공개됐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17일(현지시간) 교황청 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있던 서한 사본을 공개했다.
이 편지는 나치 저항운동에 참여했던 독일 예수회 신부 로테어 쾨니히가 1942년 12월 14일에 작성해 바티칸에서 교황 개인 비서로 일하던 로베르트 라이버 신부에게 보낸 것이다.
쾨니히 신부는 편지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서부 마을이자 당시 폴란드 땅이었던 라바 루스카 지역의 벨체크 수용소에서 매일 많게는 6천여명의 유대인과 폴란드인이 독가스로 숨지고 있다는 내용을 알린다.
바티칸 문서보관소 연구원이자 기록물 학자인 지오바니 코코는 신문에 "이 편지는 벨체크 수용소가 실제로는 '죽음의 공장'이었다는 정보를 바티칸이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서한은 2차 대전 기간에 재위했던 비오 12세를 둘러싼 논쟁을 가열할 것으로 보인다. 비오 12세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만행에 침묵했으며, 희생자들을 구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교황청은 비오 12세가 유대인이 더 큰 곤경에 처할 것을 우려해 조용히 조력했으며 유대인을 성당과 수녀원 등에 숨겨줄 것을 독려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당시 교황으로선 신뢰할 만한 외교 정보를 토대로 나치 독일의 잔학행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주장과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반론도 맞서 있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는 적어도 교황청은 나치 독일의 광범위한 반인도적 범죄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비오 12세가 나치 독일의 잔학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더라도 나치 점령지 내 가톨릭 신자들이 탄압받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나치를 공개 비판하지 않고 막후에서 전쟁 피해자들을 도왔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교황청 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된 문서를 토대로 2차 대전 당시 실제로 가톨릭교회가 수도 로마에 있던 유대인 3천200명을 나치 독일군으로부터 숨겨줬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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