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동산업체 위안양 역외채무 지급 중단…비구이위안도 불안
업계 25위 위안양 주가 장중 12% ↓…달러 채권 8건 거래 정지
비구이위안, 채권 만기 연장 난항…투표 시한 미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위안양(시노오션)이 역외 채무에 대한 지급 중단을 결정하고,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채권 만기 연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 업계 25위이자 국영 성격인 위안양그룹 홀딩은 이날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유동성 문제를 이유로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홍콩 거래소에서 달러 채권 8건의 거래는 추가 공지 때까지 중단된다.
파산 등 신용위험 사건의 발생 여부를 판정하는 국제기관인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는 전날 위안양이 내년 만기인 달러 채권에 대한 지급 의무를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체납 신용사건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위안양 측은 공시에서 "역외 채무에 대해 실행 가능하고 전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만드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면서 "유동성 압박 고조에 따라 채권단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선제적으로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주택 계약 판매 물량이 급격히 줄고 자산 처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됐으며, 여러 재원 조달 활동 과정에서 계속 한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위안양은 지난해 연례보고서를 통해 중국 전역에서 290여개의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 몇 달간 비구이위안 등과 함께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혀왔다.
국유기업인 중국생명보험이 최대 주주인 위안양까지 경영난을 겪으면서, 국유기업들도 최근의 부동산 위기를 비껴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홍콩 증시에서 위안양 주가는 장중 12%까지 하락했고, 한국시간 오후 4시 11분 기준 낙폭을 일부 줄이며 9% 떨어진 상태다.
위안양 주가는 올해 들어 44.9%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12일에는 계열사가 만기 연장을 추진 중인 위안화 채권과 관련해 디폴트 발생 시 90일간의 유예기간을 갖기로 했다는 소식에 82.42% 급등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중국 부동산업계에 대한 디폴트 우려를 불러온 비구이위안도 여전히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당초 지불 기일이었던 지난달 7일까지 달러화 채권의 이자 2천250만달러(약 297억원)를 내지 못하면서 우려를 키웠지만, 유예기간 30일이 지나기 전인 이달 초 이자를 지급하면서 디폴트를 비껴간 바 있다.
하지만 채권단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이 문제가 된 또 다른 채권에 대한 3년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투표 시한을 14일에서 오는 18일 오후 10시(현지시간)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만기가 다음 달 21일인 해당 채권의 미상환 원금 규모는 4억9천200만 위안(약 898억원)이다.
이 채권은 비구이위안이 상환 기간 연장을 요청한 총 108억 위안(약 2조원) 규모 채권 8종 가운데 마지막이며, 나머지 7종은 연장이 이미 승인된 상태다.
비구이위안이 충분한 찬성표 확보 등을 위해 투표 시한을 뒤로 미루기로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상환 기간을 연장받지 못하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게다가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비구이위안 앞에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으며, 내년 1월 10억 달러(1조3천300억 원) 규모 채권 상환 등을 앞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일에 대해 중국 부동산 부채 문제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예라면서, 정보 불투명성과 사업 관행상의 문제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중국 부동산업계에 대한 장기 대출을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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