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마우스는 바이오 인프라…코로나 연구에도 활용"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장 인터뷰
(서귀포=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유전자 변형 마우스(GEM)는 바이오 분야 대표적인 인프라입니다. 이 분야 국가 지원은 연구자가 충분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연구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를 만드는 일이죠."
제9회 아시아실험동물학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15일 연합뉴스와 만난 성제경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장은 실험동물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만 변형 또는 제거한 유전자 변형 마우스는 특정 유전자와 질환의 상관관계를 밝히거나 신약 후보 물질 효과를 검증하는 데 활용된다.
예컨대 GP9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쥐는 희소 질환인 '버나드-소울리어 증후군'(Bernard-Soulier syndrome)을 앓는 환자처럼 혈소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혈액이 응고되지 않는데, 이처럼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활용해 사람의 질환을 연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의 효용이 코로나19 팬데믹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할 당시, 우리도 백신이나 치료제를 연구해야 하잖아요. 이를 위해서는 사람에 앞서 동물로 실험해야 하는데 마우스(실험용 생쥐)는 본래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거든요. 코로나19를 연구할 기반 자체가 없었던 거죠."
이 때문에 사업단은 마우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코로나19에 걸리도록 했고, 이렇게 개발한 코로나19 마우스 모델 4종의 대량 생산체계를 확립했다.
이를 토대로 전임상 실험기관에 코로나19 마우스를 공급해 실험을 진행하고 전임상 실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한편, 다른 연구자들도 쓸 수 있게 데이터 포털도 열었다.
이번 아시아실험동물학회를 공동주최한 한국실험동물학회장이기도 한 성 단장은 학회 전반 일정을 챙기는 가운데에도 전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주관으로 열린 포럼에 발표자로 참가해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사업단의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2013년 출범한 사업단은 국가로부터 지난 10년간 모두 1천146억원을 지원받은 마우스표현형 분석·연구지원 사업을 올해 말 일단락짓는다.
지난해까지 사업단이 만들어낸 유전자 변형 마우스는 모두 363종. 올해 말 사업 마무리가 될 때까지는 약 550종의 유전자 변형 마우스가 개발될 것이라고 성 단장은 전했다.
개발에만 그친 게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마우스의 생리, 대사 및 운동, 면역 및 감염, 생체분석 등 표현형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구축했다.
성 단장은 사업종료로 사업단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델 동물 클러스터'로 확대해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성 단장은 "우리나라의 연구가 과거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가 많았고 선도형 연구는 부족했다"며 "바이오 분야에서 선도형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사업단이 일조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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