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누설 금지…장관 김현미에 적용된 국회의원 김현미의 통계법
MB정부 '新지니계수 통계' 논란 이후 발의…작성 통계 바꿀 목적 영향력 행사 금지
혐의 확정시 해당 조항 적용 첫 사례…文정부 인사들은 "감사 조작" 반발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감사원이 '집값 통계 조작 의혹'으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게 적용한 혐의인 통계법 위반은 공교롭게도 김 전 장관이 10년 전 대표발의해 입법된 조항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니계수 통계 외압' 논란 이후 김 전 장관이 주도적으로 이끈 개정 통계법의 칼날이 자신을 향해 돌아온 것으로, 이번 혐의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쳐 확정된다면 해당 조항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김 전 장관이 통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은 2013년 7월이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 자격으로, 민주당 의원 36명과 함께 법안을 냈다.
통계청에서 작성한 통계를 공표 전에 누설하거나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통계공표 전 비밀유지' 항목을 추가한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법안 제안 이유로는 "통계청에서 작성한 통계가 공표되기 전 다른 행정기관 등에 유출되는 것은 통계 결과 및 공표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표 전 통계를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기재했다.
민주당의 통계법 개정안 발의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외압으로 통계청이 대선이 열린 2012년 12월 전까지 '신(新) 지니계수'를 공표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통계청은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산출 방식을 새로 개발해 조사까지 마쳤지만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신 지니계수상 소득 불평등이 기존 수치보다 심한 것으로 나타나자,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해 대선 전까지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도 정부가 통계 종사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작성 중인 통계나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통계법 개정안을 2014년 4월 정부 발의했다.
국회 기재위는 김현미 전 의원 발의 법안과 정부 발의 법안 등 12건의 통계법 개정안을 합쳐 대안을 만들었고, 이는 201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다.
개정 통계법은 통계의 기본이념으로 정확성·시의성·일관성과 함께 '중립성'을 명시했다.
법에는 작성 중인 통계나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 변경할 목적으로 통계 종사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점이 명시됐다.
통계청 외압 의혹 직후에 발의된 김현미 전 장관 법안은 공표 전 누설해서는 안 되는 통계가 '통계청 작성 통계'로 명시됐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통계작성기관'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외압 행사 금지 항목도 추가됐다.
이에 따라 이번 부동산원 외압 의혹에 통계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통계법은 관계기관이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경우 통계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되, 공표 예정일 전날 낮 12시 이후 제공하도록 제한했다.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이 내용이 법 개정 이후 적용된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김 전 장관과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에 대한 혐의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쳐 확정된다면 첫 사례가 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돼 정책을 연구하는 포럼인 '사의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감사원) 결과 발표의 실체는 전 정부의 통계 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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