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에 "장기대출 DSR 산정만기 개선하라"(종합2보)
금융위 행정지도에 금감원 세칙 개정…12일까지 매매계약은 종전대로
'과잉대출 유발' 50년만기 주담대 최다 판매는 NH농협은행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임수정 기자 = 금융당국이 과잉 대출을 야기하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취급한 은행들에 장기 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개선하라며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1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장기 주담대의 DSR 산정 만기 개선 등 상환 능력심사와 관련한 행정 지도를 마련해 전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은행들이 취급해온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를 우회해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가계 대출이 급증해 '가계 부채' 문제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행정지도를 통해 은행들에 주택 및 오피스텔 등에 대해 대출 전 기간에 걸쳐 상환능력 확인이 어려운 경우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차주별로 모든 대출 기간 중 상환능력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50년 만기 등 실제 만기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저축은행과 여신전문업, 상호금융의 경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및 자체 모범규준에 따라 실제 만기가 최대 30년으로 제한되는 만큼 DSR 산정 만기는 이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지난 12일까지 주택 또는 비주택 부동산의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이미 납부한 사실을 증명한 차주나 금융사가 전산상 등록 등을 통해 대출 신청접수를 완료한 차주, 금융사로부터 대출만기 연장 통보를 받은 차주 등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도 은행,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업의 관련 감독업무 시행 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이번 세칙 개정은 DSR 산출 시 적용되는 만기 상한 도입, 장래 소득 관련 조문 등에 대한 정비를 위한 것이다.
개정되는 세칙은 DSR 산출 시 부채 선정에 적용되는 대출 기간 중 충분한 상환 능력이 있는 경우 실제 대출 기간으로 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 최장 40년으로 설정하고 제도 변경에 따라 불이익이 생기는 경우를 막기 위해 경과 규정을 두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기 상향은 DSR 규제 우회 및 대출 한도 확대를 통해 과잉 대출을 부추겨 차주 부실 확대, 금융사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차주의 생애 주기, 여신 심사 관행, 가계 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해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실태 점검에도 나서 오는 22일까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카카오뱅크[323410], 케이뱅크를 들여다보는 등 전방위 감독에 나섰다.
이어 내달 11일부터 26일까지는 기업은행[024110],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SC제일은행, 토스뱅크의 대출 규제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DSR 규제 우회 통로로 악용된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장 많이 신규 취급한 곳은 NH농협은행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50년 만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총 8조3천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농협은행이 2조8천억원으로 전체의 33.7%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1조7천억원으로 전체의 20.5%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취급액이 전체 50년 만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집중됐다.
이어 수협은행(1조2천억원), KB국민은행(1조원), IBK기업은행(9천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천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방은행의 경우 대구은행(2천억원), 경남은행(400억원), 전북은행(100억원), 광주은행(20억)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40~50대가 4조7천억원으로 전체의 57.1%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30대 이하는 2조5천억원(29.9%)으로 집계됐다.
60대 이상에도 50년 만기 주담대가 1조1천억원(12.9%) 판매됐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지난해 10월 SC제일은행, 12월 광주은행이 도입했으며 올해 들어 상반기에 수협과 대구은행, 전북은행이 잇따라 취급하기 시작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농협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부산은행, 카카오뱅크, 하나은행, 신한은행, 경남은행, 우리은행 등이 뛰어들어 가계 대출 급증을 유발했다.
다만, 당국 압박에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등이 취급을 중단했고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동참한다.
SC제일은행과 광주은행, 카카오뱅크, 수협은행, 대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은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 등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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