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탈리아 일대일로 탈퇴에 촉각…관영지 "배후에 미국 압력"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탈퇴할 것으로 보이는 이탈리아를 향해 연일 사업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일주일 사이 외교장관 회담과 총리 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며 설득한 데 이어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도 일대일로의 성과를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일대일로 탈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기자회견 발언을 소개하며 이탈리아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양국의 지난해 무역 규모가 779억 달러(약 103조원)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며 일대일로의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대 왕이웨이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 매체에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가입 이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무역량이 증가했다"며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결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 움직임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주장도 했다.
왕 교수는 "이탈리아 정부가 일대일로 협상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자율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주요 7개국(G7)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가하는 이탈리아는 다른 회원국, 특히 미국으로부터 내년 G7 의장국을 맡기 전에 일대일로를 재평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일대일로 탈퇴 여부를 놓고 갈등하고 있으며 거의 1년 동안 검토했다"면서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 동시에 미국의 압박에 '재촉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도 양국의 협력을 강조하며 일대일로 참여를 촉구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 가능성에 대해 "일대일로는 지난 10년 동안 150개 이상의 국가와 각 분야 다양한 동반자들이 가입했고 각국 국민에게 실질적인 복지를 가져다주었다"며 "협력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이탈리아는 고대 문명국가로, 실크로드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라며 "중국과 이탈리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 협력을 심화하고 전면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를 추진해 더 큰 발전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탈리아는 오는 12월 22일까지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때까지 중국에 참여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내년 3월에 5년 자동 연장된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