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 모로코…"20초 강진 속 너도나도 '사람 살려'"
잠자리 들 심야에 강진 엄습…겁에 질린 주민들 거리로 쏟아져
여진 공포에 집단 노숙…응급치료 난항 겪는 모습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한밤중 엄습한 갑작스러운 강진으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모로코 남서부 지역 주민들의 공포에 질린 생존기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평온하기만 했던 이곳은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건물과 곳곳에서 터져 나온 비명, 겁에 질려 거리로 질주하는 주민들로 순식간에 아비규환을 이뤘다.
규모 6.9 지진이 기습한 시각은 모로코 시간으로 8일 밤 11시 11분이었다.
진원의 깊이가 10㎞ 정도로 얕아 진동은 진앙에서 77㎞ 떨어진 인구 84만명의 중세고도 마라케시를 직격할 정도로 강했다.
진앙 근처의 주거지는 폐허로 변했다.
산악마을 아스니네아르의 주민 몬타시르 이트리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이웃 사람들이 건물 잔해에 깔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마을에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지진학자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지진 자체가 아니라 지진파에 무너지는 건물이라는 점을 늘 강조한다.
이번 강진은 낡은 건물이 많은 역사가 깊은 도시에서 주민이 잠자리에 드는 심야에 터져 피해가 더 컸다.
진앙 근처 타로우단트에 사는 교사 하미드 아프카르는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릴 때 신속하게 집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땅이 20초 정도 흔들렸다"며 "내가 2층에서 뛰어 내려올 때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마라케시는 도시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뒤바뀌었고, 주민들은 여진의 우려 때문에 겁에 질린 채 노숙하고 있다.
주민 후다 하프시는 "천장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져 뛰어나왔다"며 "아이들과 함께 여전히 밖에 있는데 모두 겁을 낸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주민 달리아 파헴은 집과 가구가 훼손됐다며 "당시 잠들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진 때 마라케시에 머물던 CNN 방송사 직원 벤저민 브라운도 공포의 현장을 전했다.
브라운은 호텔 투숙객들이 건물이 흔들린 것을 느끼고 잠옷 차림으로 밖에 나왔는데, 2분 정도 흐른 뒤 다시 진동이 닥치자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는 머리에서 피를 많이 흘리는 등 아주 심한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며 "응급차가 대응 역량이 달려 부상한 여성 한 명을 돌려보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사블랑카에서도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무서워 밖에서 밤을 꼴딱 새웠다.
주민 모하메드 타카피는 "집이 급격하게 흔들려 모두 겁에 질렸다"며 "낡은 우리 집만 그런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며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강진이 닥친 순간 쇼핑센터, 식당, 아파트 등지에서 공포 속에 사람들이 뛰쳐나오는 모습들이 속속 전해진다.
마라카시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에사우이라의 한 주민은 영국 언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진동 속에 비명이 들렸다"며 "사람들이 집 대신 밖에서 자려고 광장에 머물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모로코 당국은 현재까지 63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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