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고사위기 속 ETF 급성장…삼성·미래에셋 초격차 경쟁

입력 2023-09-11 06:15
공모펀드 고사위기 속 ETF 급성장…삼성·미래에셋 초격차 경쟁

올해 삼성·미래에셋운용 ETF 순자산 10조원씩 증가…중소형사들 대거 진입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홍유담 기자 =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꽃으로 불리던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ETF 시장은 과거 절반 넘게 점유하던 삼성자산운용을 후발주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양강구도' 속 중소형사 다경쟁 체제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합산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6월 100조원을 돌파하고서 지난 6일 107조4천752억원으로 집계됐다.

ETF 순자산 규모는 작년 말 78조5천116억원과 비교해 8개월여 만에 36.89% 불어난 것이며 지난 2020년 1월 51조7천100억원에서 두 배가량 성장했다.

ETF 100조원 돌파는 2002년 10월 14일 코스피200지수 기반 4종목(순자산총액 3천552억원)으로 첫발을 뗀 지 21년 만이다.

ETF를 들여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이 지나해 말 32조9천505억원에서 지난 6일 43조4천409억원으로 31.84%(10조4천904억원) 늘었다.

그러나 이를 추격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순자산도 같은 기간 29조5천674억원에서 40조30억원으로 35.29%(10조4천356억원) 증가했다.

순자산 증가 규모는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10조4천억원대로 거의 유사하고 점유율 격차는 3.2%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는 ETF를 국내로 들여온 배재규 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등 인력이 삼성운용에서 나오고, 미래에셋운용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개인투자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두 곳의 점유율을 보면 삼성운용이 41.92%에서 40.42%로 낮아졌다. 삼성운용의 점유율은 한때 3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래에셋운용 점유율은 37.66%에서 37.22%로 소폭 떨어졌다.

이들 1, 2위 운용사 점유율이 축소된 것은 올해 다른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점유율은 3.89%에서 4.78%로 높아졌다.

신한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0.94%에서 1.83%로, 한화자산운용은 1.84%에서 2.63%로 각각 뛰었다. 특히 신한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7천357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달 6일 1조9천707억원으로 167.87% 급증했다. 한화운용도 1조4천472억원에서 2조8천225억원으로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들 후발주자가 앞다퉈 경쟁을 벌이면서 한화운용은 작년 말 7위에서 5위로 높아졌다. 기존 5위에 있던 키움운용은 6위로, NH아문디자산운용은 6위에서 8위로 각각 밀려났다.

종합하면 국내 ETF 시장은 삼성운용의 독주체제는 끝나고, 미래에셋운용과의 양강 구도로 굳혀진 가운데 중위권 운용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체제로 바뀐 셈이다. 시장 일각에선 미래에셋운용이 삼성운용을 추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운용사의 관계자는 "중위권 업체들이 상품을 선보이면서 ETF 시장 파이(규모)가 커졌다"며 "이런 경쟁 분위기는 기존 대형사들 경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수익률 부진으로 위축되자 간접 투자자들이 비용이 적게 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TF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ETF 시장 성장세가 지속하면서 선두다툼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ETF 시장이 다 경쟁 체제로 들어가면서 운용보수를 과도하게 낮추는 출혈 경쟁이 심화할지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투운용은 지난 6월 'ACE 미국고배당S&P ETF'의 총보수를 0.06%에서 0.01%로 인하했다. 앞서 미래에셋운용도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03%로 내놨고, 신한운용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보수를 기존 0.05%에서 0.03%로 낮췄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임원은 "무리한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하면 후발 운용사들은 ETF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보수 경쟁보다 차별화된 신규 상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시장의 질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시장을 ETF가 주도하면서 공모펀드에선 자금 이탈이 지속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0∼2020년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에서 35조원의 자금이 순유출했다. 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되는 일반공모펀드에선 11년간 61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ETF로는 27조원의 자금이 순유입했다. 전체 펀드시장에서 공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1.4%에서 올해 21.6%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협회와 자산운용업계는 공모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직접 상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indigo@yna.co.kr,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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