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연구 긴 안목 지원 필요…기초 탄탄해야 응용 나와"

입력 2023-09-08 13:38
"뇌과학 연구 긴 안목 지원 필요…기초 탄탄해야 응용 나와"

싸이텍코리아 젊은과학자상 수상 김정진 선임연구원·우충완 교수 인터뷰



(부산=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뇌과학 기초 연구는 다른 분야보다도 무언가를 발견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기초가 탄탄해야 새로운 것이 나오는 만큼 긴 안목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뇌신경과학회 26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싸이텍코리아 젊은과학자상'을 받은 김정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과 우충완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부단장(성균관대 교수)은 오랜 지원을 통해 국내 뇌과학 연구가 과거와 비교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운동에 연관된 뇌 부위인 기저핵 내 회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연구하고, 우 교수는 뇌가 통증이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쪽이 뇌의 깊숙한 부분을 세세하게 들여다본다면, 다른 한쪽은 뇌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보는 셈이다.

이처럼 말단부터 전체적인 그림까지를 다양한 연구 방법을 통해 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게 뇌과학 연구의 매력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과거에는 국내 뇌과학 연구가 몇몇 주요 과학자들에 의해 몇몇 분야에서만 명맥을 이어 왔다면, 지금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연구자가 두각을 나타내는 게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2000년대 초와 비교하면 지금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국내 뇌과학이 발전했다"며 "하지만 아직 미국과 비교하면 선도한다고 하긴 어렵고, 중국도 어마어마한 지원을 하는 만큼 우리도 좀 더 노력해 연구해야 하는 시점 같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뇌과학 분야가 다양하지만 한국은 아직 계산과학 분야가 부족한 편"이라며 "지금 연구하는 사람들은 계산신경과학 분야가 많아 앞으로 10년 내 지형도가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뇌과학 분야가 특히 기초연구가 중요한 분야라며 기초연구와 응용 연구의 균형을 강조했다.

우 교수는 "영국이나 독일, 미국이 뇌과학 분야에서 앞선 것은 기초 분야 투자를 바탕으로 응용에서 저력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응용 연구가 현실에 적용되는 것도 있겠지만, 기초 저력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도 "응용이 산업과 연결되는 만큼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은 기초가 탄탄한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목표로 질환 치료에 활용할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것을 꼽았다.

우 교수는 "통증 뇌 모델을 만들고 임상적으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뇌 이미징 툴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인공지능(AI) 시대인 만큼 이를 활용해 뇌과학자가 생물학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세포가 어떤 행동에 중요한지를 밝혔지만 세포는 들여다보면 분자 수준에서도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며 "분자 단계에서 행동이나 질환에 연결되는 게 무엇인지 밝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싸이텍코리아 젊은과학자상은 학회에서 최초 임용 7년 내 성장 잠재성이 우수한 신경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2012년 처음 제정됐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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