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에 새우등 터진 SK하이닉스…4%이상 하락(종합)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으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화웨이 논란까지 겹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4% 넘게 하락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000660]는 전 거래일 대비 4.05% 내린 11만3천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1만2천8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전날 화웨이 스마트폰 신제품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미국 정부의 제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에도 장중 12만900원까지 올랐다가 전 거래일보다 0.25% 오른 11만8천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아울러 중국이 공무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도 영향을 줬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중 경쟁이 격화하며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 가운데 화웨이 뉴스로 미국 상무부가 SK하이닉스를 제재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화웨이 스마트폰 부품에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경위 파악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2020년 5월 미국 정부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업을 자국 내에서 해외로 확대한 뒤 화웨이와 그 계열사를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상무부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려 수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송명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스마트폰 관련) 미국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판매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며 "이에 판매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체 아이폰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라며 "중국 공무원 가족 등 주변 인물도 아이폰을 쓰지 못하게 되는 등 영향이 있어 아이폰을 대상으로 D램과 낸드를 파는 반도체 업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화웨이가 다른 회사를 끼고 우회 주문한 결과로 보여 SK하이닉스에 직접적으로 제재가 가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주가 약세는 하루 이틀의 조정으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한국 기업의 중국 내 판매를 제재하는 등 직접적인 불이익을 줄 가능성은 작다"며 "현재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있는 현재 분위기가 경색될 우려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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