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일 "러에 무기공급 말라" 對北 경고…실효수단 놓고 고심
안보리 거부권 가진 러 존재·북한의 제재 내성 등은 '현실적 한계'
"자금원이자 핵·미사일기술 취득수단인 사이버활동 제한해야" 제언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북·러 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말라는 대북(對北) 경고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7일(현지시간) 아세안(ASEAN)정상회의 참석차 자카르타를 방문한 계기에 미국 CB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지원할 목적으로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한다는 구상은 "거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실제 지원에 나설 경우 "러시아와 북한 모두 고립이 심화할 것으로 강하게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그들은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도 "우리는 러시아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원하는 단체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지난 6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기에 총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규모의 대(對)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구상을 발표하면서 지원 패키지에 열화우라늄탄과 지뢰 제거 장비 등 신규 무기 지원을 포함했다.
지난 6월부터 본격화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러시아가 북한을 통해 탄약 등을 공급받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이를 압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이처럼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지원 움직임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북한 자체의 대러 무기 지원 뿐만아니라 다른 나라, 특히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뒤를 따르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5일 북한에 경고를 보내면서 "다른 나라들이 계속 같은 일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을 설득할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들어 유럽연합(EU)과 함께 중국의 대러 군사지원을 고강도로 견제한 결과,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던 터에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을 방치할 경우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의 우방국들을 더 과감하게 만들 가능성을 미국은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민은 북한의 대러 무기 공급을 막는 데 쓸 유효한 수단이 얼마나 있느냐다.
미국은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를 강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으로 버티고 있는 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강화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북한의 관련 기업과 개인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등의 독자 제재 카드를 쓰거나, 한국과 일본, 유럽국가 등을 포함해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가하는 길이 유력한 수단으로 거론된다.
대북 제재의 기대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다.
이미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활용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돈줄을 조이고, 외국의 대북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제재 수단을 지난 10년여동안 가동해왔지만 북한은 제재망을 우회해왔다. 또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경을 3년 이상 걸어 잠그고도 생존하는 '내구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대북제재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블룸버그 통신은 7일 "미국은 서구 세계의 가장 완강한 지정학적 적들(북한과 러시아를 지칭)이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을 막을 지렛대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미국발 경고 메시지가 구체적 조치를 거론하지 않은 채 모호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은 "북한의 셈법을 바꿀 수 있는 미국의 옵션이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고도 썼다.
아울러 "북한 선박을 차단하는 것과 같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단들을 쓰길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대북 지렛대가 전혀 없다"는 국무부 북한 담당관 출신 전문가 조엘 위트의 말도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등 사이버 활동을 옥죄는 수단을 가동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국경을 개방하기 시작한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정보기술(IT) 인력을 해외로 더 파견하는 상황을 미 국무부 당국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북한 당국의 더 적극적인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가 한층 더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5년간 북한 문제 전문가 패널 멤버로 활동한 다케우치 마이코 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의 활동을 막기 위한 중대한 행동 중 하나는 돈벌이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민감 정보 획득에 쓰이는 사이버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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