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G20회의 인도 이어 베트남 순방…'中 견제' 기반 강화
인도·사우디와 각각 정상회담…시진핑 불참으로 미중회담은 불발
인도·사우디·UAE와 인프라 협약…귀국길 알래스카서 9·11 기념식 참석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 뉴델리로 출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뉴델리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베트남을 방문, 양국간 협력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방문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중국의 뒷마당을 찾아 대(對) 중국 견제 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번 순방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경제 질서를 모색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계획됐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인도·테평양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 규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인도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 역시 인태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로서 인도의 중요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가 참여하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참여)가 미국의 인태 지역에서 새로운 안보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지난 6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점도 미국의 인태 및 글로벌 전략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이 다수 참석하는 이번 G20 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빈곤문제, 지속가능한 발전 등 일반적인 글로벌 이슈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경제적 강압 행위 등과 같은 당면문제도 비중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일대일로 정책'을 통한 중국의 대(對)개도국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기 위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편 문제도 거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세계은행과 IMF 등) 이들 기관이 개발도상국을 투명하게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개편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통해 한층 강하게 동맹을 규합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회의에는 글로벌 및 지역 현안에 있어서 미국의 전략과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국가들도 참석한다는 점에서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회의가 성과를 내는 데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모디 총리 역시 인도에서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온 장본인으로 비판받는 인사인데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 계기에 무함마드 왕세자와 별도로 만나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등 외교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회의 기간 인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인프라 협상을 마무리, 철도망으로 이들 나라를 연결하는 사업을 성사시킬 예정이라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는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나는 실망했다. 하지만 그와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회의 기간 시 주석과 첫 대면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 일정이 마무리된 뒤에는 곧바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는 나라이자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규제로 경제적 수혜를 보는 주요 당사국 가운데 하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비롯해 베트남 주요 지도자들과 만나 양국간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뒤 귀국길에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9·11 테러 기념식에 참석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테러 피해지가 아닌 곳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뉴욕에서 열리는 기념식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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