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회담, 김정은의 '하노이굴욕' 극복책…韓, 우크라 도와야"
CSIS 화상세미나…"북러 무기거래, 북한의 중국 의존도 줄일 것"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기 거래를 위한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나왔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7일(현지시간) 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북러 정상회담의 배경과 관련, "김정은에게 하노이(북미정상회담)는 너무 당혹스럽고 굴욕적이었다"면서 "이것은 (김정은이) 하노이를 극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또 "푸틴 입장에서는 자신도 바이든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회담의 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은 푸틴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당신(바이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는 일이 유럽뿐만 아니라 한반도 및 아시아에서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차 석좌는 북러간 무기 거래와 관련해 고체형 연료를 사용하는 북한의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쟁용 탄약을 제공하는 반대급부로 이런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한 미국 정부의 입장과 관련, "대북 제재가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대가가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북한에서 미사일 등을 사면 우크라이나도 한국에서 천궁 미사일 등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북한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모든 압박,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주권적 권리에 대한 부정 등은 미국이 주도하는 불공정하고 부정의한 서방 질서에 따른 것인데 이 질서는 현재 붕괴하고 있고 새로운 세계 질서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새 질서는 북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군사 정찰 위성 등과 관련,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군사 능력 증진을 모색하는 새로운 단계로 북러 관계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 대해선 "만약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최신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것은 북한의 핵 위협도 커질 수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의 대응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갖고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전략적 측면에서의 영향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중국 관계와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했던 것처럼 김정은이 한국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느낄 정도로 대담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이 역내에 환영하지 않는 불안정"이라고 말했다.
수미 테리 소장은 "와일드카드는 중국"이라면서 "중국은 전쟁 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러간 무기 거래에 대해 "이 합의는 북한의 후원자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