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정은 오나…블라디보스토크 행사장 보안 대폭 강화
극동연방대 주변 도로 곳곳 다수 경찰 배치…인근 해역 선박 운항 등 제한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서는 김 위원장 방문 대비 움직임 아직 안 보여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0∼13일 동방경제포럼(EEF) 기간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포럼 개막이 임박한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행사장 주변 지역 보안도 부쩍 강화되고 있다.
EEF 개막 3일 전인 7일(현지시간) 오전 기자는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행사가 열리는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교로 가기 위해 차를 몰고 나섰다.
도심과 루스키섬을 잇는 유일한 지상 통로인 루스키 대교에 이르기까지 도로 곳곳에는 평소와 달리 경찰차와 경찰관들이 다수 배치돼 있었다.
이후 길이 3.1㎞의 루스키 대교를 지나 루스키섬에 들어서자 왕복 4∼5차선 주요 도로와 맞닿은 양쪽 모든 길목과 행사장인 극동연방대 정문 주변에도 경찰들이 쫙 깔려 있어 긴장감을 더했다.
이동 중 기자가 몰던 차 앞으로 외교관용인 빨간색 번호판을 단 검은색 차량 1대가 지나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인해보니 북한이 아닌 라오스 공관 소속 차량이었다.
이후 극동연방대 인근 주차장에 도착해 한쪽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정문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현지 경찰관 2명이 다가와 "루스키섬 도로 주변의 모든 주차장은 현재 이용할 수 없다. 당장 차를 빼라"고 요구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차를 몰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극동연방대 안을 들여다보니 캠퍼스 내부에는 현재 행사용으로 보이는 흰색 천막 몇동만 세워진 상태였고, 다른 특별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부터 행사가 끝나는 13일까지 엿새간 블라디보스토크 상공과 루스키섬 인근 해역에서 항공기·선박 운항도 제한할 방침이다.
다만 EEF 참가자 안전·수송 등을 담보하기 위한 국내외 선박 운항 등은 예외로 했다.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이 오는 12일 EEF 본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를 위한 최종 조율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김 위원장의 방러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또 EEF 행사장이 있는 루스키섬에서 보안 조치가 강화되는 것과 달리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는 아직 김 위원장 방문을 대비한 특별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온다면 예전처럼 방탄 열차를 타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김 위원장 전용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하게 되지만, 역사 및 주변 환경을 정비하거나 북측 요원들이 이곳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은 이날 볼 수 없었다.
또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역에 있는 연해주 하산역에서도 김 위원장 전용 열차를 맞이하기 위한 별도 조치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 전용 열차가 하산역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하산-우수리스크, 우수리스크-블라디보스토크 구간을 오가는 일반열차 운행 일정을 조정해야 하나 이러한 모습도 아직 목격되지 않았다.
이날 러시아 현지 티켓예매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EEF 개막 당일인 10일 오후에도 하산에서 우수리스크로 가는 열차 운행 일정이 올라와 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올 경우 들를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와 마린스키극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2년 8월에 들렀던 호텔 등의 주변 상황도 특별한 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연해주 정부도 아직 김 위원장 방문과 이에 대비한 세부 지침 등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연해주 정부 관계자는 "2019년에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처음 왔을 때도 세부 동선은 하루 전날에야 전달받을 수 있었다"며 "현재까지 김 위원장과 관련한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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