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총리, 오염수 비판강도 억제…中·아세안회의서는 거론 안해"
일본언론 평가…"아세안·한국 정상 오염수 발언 안 해"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중국과 일본 총리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문제로 대립한 가운데 일본에서는 중국이 비판 강도를 억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7일 "리창 중국 총리가 이번에 일본에 대해 '일본은 국제적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라고 요구했지만, 비판적인 톤은 억제했다"고 보도했다.
또 리 총리는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 간 정상회의에서는 오염수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리 총리는 전날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처리수'로 부르는 물을 '핵오염수'로 지칭하며 해양 생태환경과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면서 "주변국, 이해 관계자와 (오염수 방류를) 충분히 협의해 책임감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 회의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국제사회에 정중하게 설명하겠다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계기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중국을 향해서는 "중국이 돌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리 총리) 비판의 톤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중국 측은 들어 올린 주먹을 내려놓을 타이밍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등 고위 관리가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 총리는 아직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지난달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첫 국제회의에 참석한 리 총리의 발언이 향후 양국 관계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주목해 왔다.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 시작 전에는 개별적으로 만나 잠시 서서 대화를 나누면서 오염수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기시다 총리는 리 총리가 대기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자 먹던 도시락을 남기고 서둘러 대기실로 찾아가서 리 총리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중일 총리 간 정식 회담을 모색했으나, 오염수 방류로 중국이 반발하면서 조율이 되지 않아 단시간 접촉에 그쳤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리 총리에게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철폐하라고 요구했으며, 일본 정부의 방류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내가 말을 걸었다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는다"며 리 총리에 대해 "한 나라의 총리이자 식견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가 기시다 총리와 단시간이지만 얘기를 나눈 것은 중국 정부가 일본과 갈등에도 고위급 의사소통은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국내 소셜미디어(SNS) 사업자에게 오염수 관련 뉴스를 싣는 것을 규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과도하게 증폭돼 중국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오염수로 해양환경과 생태계가 오염된다는 주장으로 중국 수산업이 타격을 받는 상황으로 번지는 것도 걱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성장을 떠받쳐온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항조치가 장기화하면 중국 수산업·식품산업으로도 타격이 확산하는 상황은 중국 정부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에 대해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면 국내에서 저자세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앞으로도 오염수에 관한 주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회의에서 리 총리를 제외하고 아세안 각국과 한국 정상은 오염수에 관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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