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노벨평화상 수상자 수사한 방글라 당국에 우려 표명
빈곤 퇴치 운동가 유누스 수사에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스러운 신호"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빈곤 퇴치 운동가 무함마드 유누스(82)가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기소를 앞둔 데 대해 유엔이 우려를 표명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 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누스에 대한 형사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점을 두고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밝혔다.
샴다사니 대변인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누스는 10년 가까이 괴롭힘과 위협을 겪어 왔다"며 "현 정부가 인권단체의 비판 의견을 잠재우기 위해 사법적인 절차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누스의 재판이 곧 개시될 것이라고 전하면서 "이 사건은 방글라데시 사법부 독립성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누스는 빈곤층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 주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7년 여당에 맞서는 정당을 창당하려다 정치권의 견제를 받았고 2011년 그라민 은행 총재직에서도 물러났다.
방글라데시 반부패위원회(ACC)는 지난 5월 유누스가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그라민 텔레콤에서 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포착됐다며 수사당국에 그를 고발했다. 이후 당국은 유누스와 그라민 텔레콤 임원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방글라데시는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유누스 외에도 야권 인사나 언론인이 형사사건에 휘말린 사례가 잇따르면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현 여권이 사법적 수단을 활용해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나 유력 야권 인사들의 세력화를 억누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작년 12월 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의 지도부 2명이 체포됐고, 올해 2월에는 BNP가 20년 넘게 발간했던 매체가 폐간됐다. 지난 3월에는 인플레이션 관련 기사를 쓴 신문기자가 체포된 사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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