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러 동선 노출?… 러 전문가 "일정 변경될 수도"
모스크바고등경제대 교수 "무기거래 가능성은 글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러시아는 공식 확인을 해주지 않고 북한은 침묵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국 전문가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김 위원장이 동선 정보 노출을 꺼리는 탓에 이번 보도를 계기로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파벨 레샤코프 러시아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교 교수는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북한은 지도부의 계획과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이 공식 확인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달 10∼13일 동방경제포럼(EEF) 행사가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러한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우리는 이에 대해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북한도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 동양학대학원 한국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한반도 전문가 레샤코프 교수는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도 2011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날짜와 장소가 언론에 사전 공개됐다는 이유로 일정을 재조정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과 메드베데프는 2011년 6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실제로는 두 달 뒤인 8월 울란우데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을 통한 동선 사전 노출 외에도 회담 의제 조율 실패, 김정일의 건강 문제 등이 일정 변경의 이유로 거론됐다.
레샤코프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이 돈독해지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지난 2일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수립 75주년(9·9절)에 러시아 대표단이 중요하고 거창하게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레샤코프 교수는 "러시아의 '첫 번째 사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첫 번째 사람은 보통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해외여행에 제약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올가을 여러 해외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크렘린궁이 지난달 말 발표한 바 있다.
푸틴이 오는 10월 중국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북한 방문 계획에 관한 구체적 전망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무기 거래를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레샤코프 교수는 "한 국가는 자국 무기에 의존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러시아에 북한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북한·중국·러시아 군사 연합훈련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북중러가 밀착하며 한미일과 대립하는 구도가 심화하는 양상에 대해서는 "한국은 세계 지정학의 진원지에 자리 잡고 있다"며 "세계 경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한국이 장기적인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정치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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