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위대한 러시아' 논란 해명 "러 문화 가리킨 것"(종합)
몽골 일정 마무리하고 귀국행 기내서 "만족스럽지 않았을 수도"
"중국과의 관계 매우 존중", "예전처럼 여행하기 쉽지 않아"
(바티칸·베이징=연합뉴스) 신창용 한종구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논란을 빚은 '위대한 러시아' 발언에 대해 다소 부적절했음을 인정했다고 로이터, AFP, AP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4박 5일간의 몽골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시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제국주의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교황은 지난달 25일 화상 연설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인 러시아 청년 신자들에게 "여러분의 유산을 잊지 말라. 여러분은 위대한 러시아의 후예"라고 말하면서 러시아 제국의 초대 황제였던 표트르 대제와 마지막 여제 예카테리나 2세를 언급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 진영은 발칵 뒤집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표트르 대제에 빗대 "잃어버린 러시아 땅을 되찾는 것"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교황은 러시아 제국주의 지도자들에 대한 자신의 언급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위대한 러시아'는 "지리적 의미가 아닌 문화적 의미의 러시아를 가리킨 것"이라며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2세를 언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그것(러시아 역사)을 공부했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AP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은 러시아 문화에 대한 그의 오랜 존경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황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를 첫손에 꼽는다. 그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19세기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교향시곡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를 추천하기도 했다.
교황은 "러시아 문화는 정말 아름답고 심오하다"며 "정치적 문제 때문에 부정돼서는 안 된다. 러시아에 암울한 정치적 시기가 있었지만, 그 유산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문으로 몽골을 찾은 역대 첫 교황이 됐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교황이 가톨릭 신자가 1천450명 정도에 불과한 몽골을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교황은 전날 울란바토르 스텝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미사 말미에 "이 자리를 빌려 고귀한 중국인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저는 중국 가톨릭 신자들이 좋은 크리스천이자 좋은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티칸은 공산주의 국가를 향해 가톨릭 신자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달라고 설득할 때 '좋은 크리스천, 좋은 시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중국 정부에 가톨릭 신자에 대한 종교적 제한 완화를 촉구한 것이다.
바티칸은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에 상주 대표부를 두기로 하며 관계를 격상한 베트남에 대해서도 이 표현을 사용했다.
로이터는 교황의 이번 몽골 방문에 대해 "이번 여행의 목적은 소수의 가톨릭 공동체를 방문하는 것이었지만, 이웃 국가 중국에 종교의 자유를 호소하면서 국제적인 의미를 띠게 됐다"고 전했다.
교황은 이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매우 존중한다"며 "중국 국민에 대한 큰 존경심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교회가 그들의 문화와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회가 또 다른 외세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종교적 측면에서 전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릎이 좋지 않아 휠체어에 의지하는 교황은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2013년 교황직 재임) 초반만큼 여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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