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정세 곳곳 '살얼음'…에티오피아 정부 위협하는 민병대

입력 2023-09-04 15:59
아프리카 정세 곳곳 '살얼음'…에티오피아 정부 위협하는 민병대

'정규군에 민병대 흡수'에 반발…암하라주 등에서 충돌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최근 아프리카 국가에서 쿠데타가 잇따르는 가운데 에티오피아 정부가 민병대의 위협에 직면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서북부 암하라주(州)의 민병대 '파노'(Fano)는 정부가 민병대를 해체하고 정규군으로 흡수하려고 하는 데 반발해 정권 전복을 다짐하고 있다.

이미 병력 수천 명이 파노에 합류했으며 이들은 현 정부에 충성하는 병력을 겨냥한 매복 공격까지 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에티오피아 정부와 파노 민병대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2020년 11월부터 2년간 정부군과 티그라이 지역 반군(TPLF) 간 내전이 이어졌는데, 이때 파노 민병대는 정부군을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평화 협정으로 내전이 끝난 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지난 4월 지역 민병대를 군 또는 경찰에 통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시작된 분열로 인해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에티오피아 정부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고 WSJ은 평가했다.

실제 암하라주에서는 최근 폭력 사태가 잇따르는 등 치안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4월에는 에티오피아 집권 여당 '번영당' 대표 기르마 예스히틸라가 암하라주에서 이동하던 중 살해됐고, 지난달에는 이 지역을 이끌던 정치인 일칼 케펠레가 분쟁 악화 등을 이유로 사임했다.

예스히틸라 사망 당시 암하라주 당국은 그가 '비정규 세력'의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또 암하라주 피노테 셀람 마을에서는 지난달 중순 공습으로 추정되는 폭격이 발생해 민간인 최소 26명이 숨졌다. 해당 공습이 정부군에 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최근 몇 주간 파노 민병대는 에티오피아 관광 거점으로 꼽히는 랄리벨라 공항을 장악한 데 이어 암하라주 주도 바히르다르에서 가장 큰 교도소를 습격, 전직 민병대원을 포함한 수감자 수천 명을 석방했다고 에티오피아 정부 관계자 등은 밝혔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달 암하라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이들을 치안을 위협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규정한 상태다.

에티오피아에서의 이번 사태로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말리, 부르키나파소, 기니, 차드에서 쿠데타가 잇따른 데 이어 7월에는 니제르에서 군사 정변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가봉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이 축출됐다.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인 브리스 올리귀 응구마 장군은 4일 헌법재판소에서 가봉의 과도 대통령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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