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무기조달 방식 변경 추진…"수출국, 태국 제품 구입해야"
총리 겸직 아닌 첫 민간인 국방장관 기용…"점진적 군 개혁"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 새 정부가 대대적인 무기 조달 방식 변경을 시작으로 군 개혁 작업에 나선다.
2014년 쿠데타 이후 이어진 사실상의 군부 통치 시대를 끝내고 출범하는 민간 정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행보다.
4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세타 타위신 신임 총리는 지난주 군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새 정부의 군사 안보 정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세타 총리는 정부가 군의 무기 도입 목표를 지원하겠지만 무기 구매로 인해 태국이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경제적 이익이 조달 계획에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모든 무기 조달 계획에는 무기를 판매하는 상대국이 태국으로부터 농산물이나 기타 제품을 수입하는 거래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군이 새로운 무기를 구매할 때 상무부와 협의해 무기 조달이 국가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프아타이당의 실질적인 지주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과거 총리 재임 시절 러시아에서 전투기를 구매하고 그 대가로 닭고기를 러시아에 수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군은 미국산 F-16이나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를 구매하고자 했고, 쿠데타로 탁신이 축출되면서 스웨덴산 그리펜기를 도입한 바 있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제2당이 된 프아타이당은 제1당 전진당(MFP)을 배제하고 군부 진영 정당들과 연대해 집권에 성공했다.
민주 진영을 배신했다는 비판 속에 세타 총리는 내각을 구성하면서 수띤 클룽상 프아타이당 부대표에게 국방부 장관을 맡겼다.
애초 군부 진영의 군 출신 장관이 거론됐으나 진통 끝에 민간인 국방장관으로 결정됐다. 군부와 결탁했다는 비난을 잠재우고 전 정권과 차별화하기 위해 프아타이당이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세타 총리와 수띤 장관은 군부 인사들과 연이어 접촉하며 군 개혁에 관한 방침을 전하는 동시에 '달래기'에도 나서고 있다.
세타 총리는 군 개혁이 필요하지만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군 개혁이 군에 상처를 주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세타 총리와 수띤 장관은 전날에도 군 고위 인사들과 오찬을 했다.
이날 세타 총리는 무기 조달 방식 변경을 추진하겠지만 무기 구매 예산은 줄이지 않겠다고 군에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국방장관을 군 출신이 아닌 민간인이 맡은 것은 1932년 입헌군주제 전환 이후 6번째이다.
그러나 이전 5차례는 모두 총리가 국방장관을 겸한 것이며, 총리가 아닌 국방장관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헌군주제 전환 이후 태국에서는 군부의 쿠데타가 19번 발생했다. 군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영향력도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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