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뒤집기 기소된 트럼프, 대선 나갈 수 있나…찬반 논쟁

입력 2023-09-04 11:06
수정 2023-09-04 16:40
대선 뒤집기 기소된 트럼프, 대선 나갈 수 있나…찬반 논쟁

'내란 관여 인사 공직 불허' 수정헌법 14조 적용 여부 논란일 듯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대선 뒤집기 시도 등 수십 가지 혐의로 기소돼 '머그샷'(범죄인 인상착의 기록 사진)까지 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나갈 수 있는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CNN과 NBC 방송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내란에 관여한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내용의 '수정헌법 14조'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내란에 관여하거나 미국 헌법을 위협한 적에게 도움을 주는 국민은 상·하원 3분의 2의 찬성 없이는 공직을 맡을 수 없게 한다.

이를 두고 미국 민주당과 트럼프 반대파들은 그가 대선 뒤집기 시도로 헌법을 침해한 만큼, 수정헌법 14조를 적용, 대선 출마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할 경우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이를 막는 소송을 낼 태세다.

하지만 이 조항은 남북전쟁(1861∼1865년) 이후에 남부 연합을 의식해 만들어진 것으로 현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내란 등에 관여한 인사를 어떻게 공직에서 배제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도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팀 케인 버지니아 상원의원은 ABC 뉴스 '디스 위크'에 출연해 "수정헌법 14조 적용에 대해선 큰 논쟁이 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법정에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수정헌법 14조에 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수정헌법 14조 조항은 내용이 구체적이다. 이는 미국 헌법을 침해한 인사에 대한 내용으로,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것은 헌법에 기반을 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막으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CNN은 "법률 전문가들은 수정헌법 14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출마를 막기엔 역부족인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 조항은 1800년대 후반에 남부연합에 속했던 인사들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된 이후 두차례밖에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시간이나 뉴햄프셔 등 경합주의 경우 선거관리 당국이 수정헌법 14조에 관한 검토를 진행하면서 결국 트럼프가 피선거권을 가질지 여부에 대해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온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 주지사(공화당)는 NBC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트럼프는 수정헌법 14조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년 뉴햄프셔주의 대선 후보 명단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당초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다 후보 난립으로 트럼프가 어부지리로 승리할 가능성을 우려해 출마를 접었는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주 대선 후보 명단에서 제외될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스누누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절차에 따라 후보 등록을 하게 된다면 뉴햄프셔 대선 후보 리스트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트럼프의 출마를 막는 소송은 미국의 50개 주 전역에 적용되는 문제이기에 뉴햄프셔의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 이후 대선 뒤집기, 기밀문건 유출, 성추문 입막음 등 사건으로 4차례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91건의 혐의와 관련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조지아주에서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사건과 관련해선 최근 머그샷까지 찍었지만, 그는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 60% 가까운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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