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SNS 발달과 청소년기 교육 부재 때문"
정지은 교수 연구팀, 전문가 22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병원약사회지' 게재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의사, 약사 등 의약 전문가들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의 주요 원인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인해 불법 구매와 정보 공유가 빨라진 데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약학계에 따르면 정지은 한양대 약대 교수 연구팀은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조제·투약, 규제·정책, 중독 상담 등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설문 연구를 진행했다.
협의체에는 의료기관 의사 5명, 의료기관 마약류 관리 실무책임자인 병원 약사 3명, 지역 약국 약사 2명, 임상간호사 1명, 학술연구 전문가 2명, 정책 및 규제 전문가 3명, 중독상담 관계자 4명, 환자 1명 등이 포함됐다.
설문에서는 각 문항에 대한 동의 정도를 '매우 동의한다' 9점부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1점까지 응답하도록 했으며, 7점 이상일 경우 동의 정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동의 정도는 응답 점수의 중앙값으로 나타냈다.
먼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인식과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로 불법 구매 및 정보 공유가 빨라짐'(8.0), '청소년기의 마약류에 대한 예방 교육 부재로 위험성에 무지함'(7.0) 등 사회적 요인을 원인으로 보는 문항에 높은 동의 정도를 보였다.
실무적 요인 중에서는 '오남용 방지를 위한 관리 인력의 부족'(7.0)과 '환자의 잔존 마약류 관리 방법 부재'(8.0)가 오남용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어 연구팀은 최근 오남용 문제가 불거진 펜타닐 등 마약류 진통제 오남용에 대한 인식도와 원인을 조사했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진통제 중 펜타닐 패치제, 옥시코돈 경구제, 펜타닐 박칼정·설하정, 펜타닐 스프레이 순으로 오남용 우려가 높다고 평가했다. 또 투여가 편리하고 효능이 강할수록, 발현 시간이 짧을수록 오남용 우려가 높다고 평가했다.
마약류 진통제가 부적절하게 유통되는 경로로는 '환자가 직접 처방받았으나 적응증(치료범위), 용법·용량, 사용기간 등이 부적절함'(7.0)을 많이 꼽았다.
특히 10∼20대의 오남용에 대해선 '가족, 친구, 국내외 유명인 등 마약류 진통제의 사용자 증가에 따라 주변 환경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약제가 되어 경각심이 낮아짐'(7.0)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됐다.
해결 방안으로는 진료 과에 따라 성분, 용량, 처방 기간, 횟수 등을 규제하는 방안(7.5), 오남용자 확인을 위한 선별도구를 개발해 처방 내역 확인 없이도 처방·조제를 거부할 권리를 주는 방안(8.0), 마약류 진통제 처방 시 이전 처방 이력을 의무적으로 조회하도록 규제하는 방안(8.0) 등이 꼽혔다.
다만, 과도한 규제는 마약류 진통제가 필수적인 환자의 치료를 방해할 수 있고, 처방 이력 조회의 의무화는 제한된 시간 내 진료 행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처방 이력 확인을 통한 오남용 가능성 평가, 안전사용기준에 따른 처방 중재, 의료용 마약류의 중독 위험성과 투약의 필요성에 대한 균형 잡힌 복약지도, 치료 완료 후 남은 의료용 마약류 반납에 대한 환자 교육 등 의료기관 및 지역 약국에서 약사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오남용 우려가 높다고 평가된 펜타닐 패치제 등의 경우 제도적·실무적 관리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un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