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전직 보안군요원, 스위스 법정에…정적 실종 연루 혐의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통치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1999년 돌연 종적을 감춘 사건과 관련해 벨라루스 보안부대 전직 요원이 스위스 법정에 선다.
스위스 인권단체인 트라이얼 인터내셔널과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연맹(FIDH) 등은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직 벨라루스 보안부대 요원인 유리 하라우스키가 스위스 장크트갈렌주 지방법원에서 내달 19∼20일 재판을 받는다고 밝혔다.
해외 체류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도 AP 통신에 "루카셴코의 암살단원이 스위스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하라우스키는 1999년 루카셴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유리 자하넨코 전 벨라루스 내무장관과 야당 지도자였던 빅토르 곤차르, 출판업자였던 아나톨리 크라소프스키 등 3명의 강제실종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실종자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통치 노선에 반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라우스키는 벨라루스에서 망명해 2018년부터 스위스에 거주해왔다.
스위스 수사당국은 인권단체들이 하라우스키를 고발하자 이 사건을 보편적 관할권이 인정되는 반인도 범죄라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하라우스키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적들을 납치·살해한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을 당국에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정적들의 체포에 관여했고 암살을 목격하긴 했지만 직접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벨라루스인이 강제실종 혐의로 스위스 법정에 선 첫 사례라고 평가하며 당국의 기소를 환영했다.
벨라루스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6연임에 성공하면서 29년째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벨라루스 인권단체 비아스나에 따르면 벨라루스에는 1천400명 이상의 정치범이 수감돼 있거나 재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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