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대만서 200㎞ 필리핀섬에 항구건설 논의…中견제 포석"
'남중국해-서태평양 연결' 바시해협에 대한 장악력 강화 목적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이 대만 남부와 필리핀 북부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해상로인 바시해역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대만 남부에서 200㎞ 거리에 있는 필리핀 북부의 섬에 항구를 건설하는 방안을 필리핀과 논의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대만의 타이완뉴스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를 인용해 미군이 필리핀 북부 바타네스 제도에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는 방안을 필리핀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타네스 제도는 필리핀 최북단에 위치한 섬들로, 대만 남부에서는 직선거리로 200㎞가 채 안 된다.
이 섬들은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은 오가는 선박들의 주요 해상로인 바시해협의 남쪽 끝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
바시해협은 상선이나 해저 통신 케이블이 지나는 길목이자, 괌 기지를 출발한 미 공군 항공기와 해군 군함이 대만해협에 이르는 최단 경로에 위치한 해상로여서 군사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다.
바시해협은 중국군으로서도 서태평양 진출을 위한 관문이며, 중국군은 수시로 항공기와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해 바시해협 통과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미군이 바타네스 제도에 새 항구를 건설하려는 것은 이러한 전략적 요충지역인 바시해협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중국군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마리로우 카이코 바타네스 주지사는 로이터통신에 몬순 기에도 수도 마닐라와 바타네스 제도를 연결하는 화물선이 오갈 수 있는 '대체 항구'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미국과 필리핀 간 새 항구 건설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필리핀 관리들은 미군 관계자가 새 항구 건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바타네스 제도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새 항구 건설을 위한 미군과 필리핀 당국 간 협상은 오는 10월에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수년간 미군이 이용할 수 있는 필리핀 내 항구의 수를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수천 명의 미군이 필리핀군과의 합동 군사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필리핀에 순환 배치되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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