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일대일로 어떤 결정해도 중국과 관계 영향 없을 것"

입력 2023-08-31 00:19
멜로니 "일대일로 어떤 결정해도 중국과 관계 영향 없을 것"

'일 솔레 24 오레' 인터뷰…"은행 정당한 이익에는 과세 안 할 것"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가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발간된 이탈리아 전국지 '일 솔레 24 오레'와의 인터뷰에서 "로마와 베이징의 관계는 오래됐으며, 무역 분야뿐만 아니라 상호 이익이 크다. 중국과의 관계는 탄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중국은 이탈리아 명품 분야에서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초반인 2013년 8월 글로벌 프로젝트로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탈리아는 12월 22일까지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때까지 중국에 참여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간 자동 연장된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6월 28일 하원의원들과 만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탈퇴를 시사했다.

그의 측근인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4년 전 참여 결정은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친중 노선을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대외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자국 자동차 산업 때문에 대만과 밀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가 이미 일대일로 탈퇴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멜로니 총리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의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멜로니 총리는 아울러 시중 은행에 부과하기로 한 횡재세에 대해 합리적인 조치라며 옹호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초 고금리로 많은 이익을 얻은 자국 은행에 40%의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도록 유도하고 세금으로 거둔 자금은 서민 지원에 쓰겠다는 취지였지만 반시장적인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멜로니 총리는 "나는 그 결정에 대해 정치적 차원에서 책임을 졌다"며 "초과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나는 정당한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며, 기업이 부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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