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당국, 알제리 前국방장관 기소…"내전 때 반인도범죄"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 사법당국이 1990년대 알제리 내전 당시 불법 처형과 구금, 고문 행위 등 반인도적 범죄를 벌인 혐의로 전직 알제리 국방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연방 검찰이 칼레드 네자르(85) 전 알제리 국방장관을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연방형사재판소에 기소했다.
연방법무부는 네자르 전 장관이 1992년부터 1994년 사이 알제리에서 정부군이 민간인에 대해 저질렀던 반인도적 범죄 11건의 배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알제리는 군부의 지원을 받은 알제리 정부와 이슬람 원리주의 정당인 이슬람구국전선(FIS) 측 반군 세력 간 무력 분쟁으로 10년 가까이 내전 상태에 있었다.
1991년 말 총선에서 FIS 측이 승리했으나 알제리 정부를 장악한 군부가 이를 무효로 한 후 1992년부터 야권 세력이 본격적인 반정부 무력 투쟁을 벌이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은 반정부 세력을 근절하겠다는 명분으로 민간인들에게 잔혹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 인사를 살해·납치하거나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구금·폭행한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1997년 반군과 정부군은 휴전협정을 체결했지만 무장폭력 사태가 완전히 종료되지는 않았고, 1999년 알제리 정부가 중범죄자를 제외하고 무장활동을 접은 반군을 사면하기로 하면서 폭력 사태가 상당히 잦아들었다.
내전 과정에서 반군 및 정부군에 의해 사망했거나 실종한 사람의 수가 10만∼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과 고문, 중대 성폭력, 주민 강제추방 등을 아우르는 반인도 범죄는 전쟁범죄 및 집단살해 등과 함께 사법 분야에서 보편적 관할권이 인정되는 범죄다. 범인이 속한 나라뿐 아니라 개별 국가들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네자르 전 장관은 알제리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스위스 법원에서 진행될 재판이 피고인 출석 없이 궐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네자르 전 장관의 변호인은 AP통신에 공소사실처럼 네자르 전 장관이 반인도적 행위를 명령 내지 지원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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