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남은 불씨…공정거래 당국, 검사중
"내달말까지 금융감독청에 의견 제시"…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 등 따질듯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S)가 파산 위기 속에 경쟁은행인 UBS에 인수된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스위스 공정거래 당국이 검사를 벌이고 있다.
스위스 경쟁위원회(Comco) 관계자는 2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UBS가 CS를 인수한 과정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달 말쯤 연방 금융감독청(FINMA)에 이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융감독청은 우리가 제시하는 의견을 보고 수용 여부를 정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스위스 경쟁위원회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지,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지, 부당한 공동행위나 불공정 거래행위가 없는지 등을 감시한다.
통상 시장 내 영향력이 큰 기업 간 인수합병이 발생하면 스위스 경쟁위원회는 검사에 착수해 인수합병 절차가 적정했는지 따진다.
UBS의 CS 인수는 통상적인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CS의 파산 위기가 금융권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위스의 금융감독 당국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가운데 벌어진 인수합병 사례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경쟁위원회 측은 이처럼 국가기관이 개입한 인수합병 거래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다만, 검사 착수 결정을 내린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UBS는 지난 3월 19일 재무적 위기에 처한 CS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CS 자산 가운데 일부에 대해 손실 발생 시 통합은행이 이를 일단 부담한 뒤 연방정부가 50억 스위스프랑(7조1천억여원)까지 충당해준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방정부가 CS의 손실을 충당할지 등에 관한 실무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UBS는 지난 6월 CS 인수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마쳤다. 현재 UBS는 각 사업 단위별 통합 계획 등 통합은행의 경영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재무제표상 자산 1조4천500 스위스프랑(2조여원) 규모의 거대 통합은행이 스위스 금융시장에 자리 잡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위원회는 스위스 1위 은행이던 UBS가 CS를 인수하는 것이 시장지배력 남용이나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낳지는 않을지를 따져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감독 당국이 개입한 거래를 또 다른 감독기구가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에 따라서는 스위스 금융권에 파문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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