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내 이슬람 드레스 금지' 파장 지속…좌파, 소송 추진
'아바야' 종교색 두고 시민 의견도 엇갈려…"반세속적" vs "그냥 긴 드레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교육 당국이 학교 내에서 이슬람 여성 복장인 '아바야' 착용을 금지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좌파 진영 일각에선 당장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한동안 아바야 착용 금지를 둘러싼 사회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뉘엘 봉파르 하원 의원은 이날 아침 프랑스2에 출연해 "이번 정부의 결정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최고행정법원인 국참사원에 이의를 제기하자고 당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 장관은 이슬람 여성이 착용하는 '아바야'가 종교 의복이라며 향후 교내 착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아바야는 이슬람 여성들이 옷 위에 입는 긴 드레스 형태로, 이를 두고 보수 진영에서는 종교적 의상이라며 교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반면 좌파 진영이나 일부 무슬림 여성은 아바야가 그저 문화적 의상이거나 패션의 한 종류라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보수 진영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봉파르 의원은 '긴 드레스'인 아바야가 얼굴에 두르는 히잡과는 다르다며 "이번 조치는 위험하고 잔인하다"며 "이는 다시 한번 젊은 여성, 특히 무슬림 여성에 대한 차별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종교나 세속주의는 통합의 요소이자 평화의 요소여야 하지, 분열과 낙인의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여성의 복장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탈출할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교분리 원칙을 헌법 1조에 규정한 프랑스는 2004년 3월 초등 및 중등 교육기관에서 표면적으로 종교적인 복장과 상징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히잡 또는 차도르나 유대교의 전통모자 키파를 쓰는 것은 프랑스의 초중고교에서 전면 금지됐다.
프랑스 내에서 종교 의복 착용 금지를 둘러싼 논쟁은 그때마다 이어졌으며, 최근엔 프랑스 축구협회(FFF)가 여자 축구 선수의 히잡 착용을 금지했다가 국참사원으로부터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기도 했다.
다만 르피가로는 지금까지 2004년의 법 규정과 관련해 위헌 법률 심판이 제청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이번 일로 다시 한번 좌파 진영의 균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좌파 연합 '뉘프(Nupes)' 가운데 LFI와 녹색당(EELV)이 정부의 아바야 착용 금지에 반발하는 반면 프랑스공산당(PCF), 사회당(PS)은 정부의 이번 결정은 세속주의 원칙에 기반한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공산당과 사회당은 2004년 관련 법률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정치학자 레미 프레브르는 르몽드에 "세속주의는 유럽에서 좌파 진영 내 가장 큰 의견 차이가 드러나는 주제"라며 "뿌리가 깊다"고 말했다.
시민들 의견도 갈리고 있다.
리차드 바케(40)는 연합뉴스에 "아바야는 교리에 의해 여성에게 부과된 종교적 의복으로 반 세속적이고 성차별적"이라며 "우리는 복장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세대의 미래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원한 한 20대 여성은 "아바야는 그냥 긴 드레스일 뿐인데 왜 금지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치면 아프리카 복장은 왜 금지되지 않느냐"며 "복장을 금지할 거면 차라리 교복을 입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여성 역시 "아바야와 긴 드레스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고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지금 이게 정부에서 다뤄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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